강자가 약자에게 아량을 베풀고 져주는 사회, 이것이 자본주의의 본얼굴이었다.
자본주의는 경제와 종교 윤리의 결합에서 시작됐다. 봉건주의 사회 경제에서 지주와 소작인의 관계를 끊고, 동등한 관계의 경제 구조를 만들자는 생각이 새로운 경제 질서를 만들어 낸 것이다.
가톨릭으로부터 종교 개혁을 이룬 칼빈의 장로교가 민주적인 교회 형태를 만들면서, 민주주의의 정치 체제와 자본주의 경제 체제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경제생활에 직접 실천하면서 생활했던 사람들이 바로 청교도들이었고 이는 곧 미국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탄생시켰다.
청교도 정신의 핵심은 “모든 주인은 하나님이시며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나가는 제사장”이라는 사상이다. 경제 활동에도 직업의 귀천이 없다. 내가 대장장이라면 ‘대장장이 제사장’이고, 내가 목수라면 ‘목수 제사장’이다.
그리하여 스미스(Smith), 카펜터(Carpenter) 등의 성(姓)을 자랑스럽게 붙이고 직업의 귀천 없이 당당한 삶을 살았다. 그리고 이러한 정신은 성경에 근거한 정직, 근면, 나눔 정신과 더불어 퓨리탄(puritan)들의 기본 정신이었다. 또한 모든 것의 주인은 하나님이기 때문에 내가 소유한 모든 것은 곧 하나님의 것이며 나는 잠시 보관하는 것일 뿐이라는 청지기 정신을 핵심 사상으로 꼽았다.
그러나 미국이 대공황을 겪으면서, 미국의 주류 사회를 이루고 있던 청교도 계층이 무너지고 새로운 경제 질서가 생겨났다. 신학도 보수적인 성경 절대 신앙이 사라지기 시작하고 인본주의 신학인 자유 신학이 자리를 잡았다. 청교도들이 세웠던 신학교도 거의 다 자유 신학자들에게 넘어가고 역사적, 이성적으로 이해되는 성경 구절만 믿는 자유 신학이 주류 신학이 되었다.
빈부 차이가 심해져 돈 있는 사람은 더욱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는 더욱 가난한 사회가 되었다. 신학이 바뀌니 자본주의의 모습도 천민자본주의로 바뀌었다. 이를 본뜬 중남미 국가들은 극심한 빈부차가 생겨 가난한 자는 신발도 없이 맨발로 하루 먹을 빵을 구하고, 부자는 화장실만 100개를 갖춘 주택을 자랑하는 사회가 되었다.
여기서 일어난 신학이 민중 신학이다. 민중을 역사의 주체로 보고 노동자의 가치관에 입각해 가난한 민중을 위한, 그리고 민중에 의한 국가 건설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일대 혁명을 불러일으켰다.
중남미의 민중 신학과 운동은 한국에 들어와 노동 단체를 만들었으며 그 영향력은 지금도 막강하다.
이 모든 것은 자본주의 경제에서 기독교적인 윤리가 빠지고, 천민민주주의로 변질된 것이다.
교회는 흔들리지 않는 기독교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 땅 사고 성전 짓고 복 받자는 구호 대신, 영적으로 성숙한 신앙으로 돌아가 청교도 정신을 다시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기독 실업인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심을 갖고 실천해야 천민자본주의를 벗어날 수 있다. 다시 한 번 새로운 종교 개혁이 필요한 때다.
칼 가진 힘 있는 자가 바늘을 갖고 대항하는 약자에게 양보하고 모두가 함께 사는 사회. 이것이 기독교가 꿈꿔온 기독교적 자본주의다.
한국유나이티드문화재단 이사장·갈렙바이블아카데미 이사장
[강덕영 장로 칼럼] 바늘 가진 자가 칼 가진 자를 이기는 사회
입력 2016-02-24 1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