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 지하 1층 체육관 ‘상무관’에선 수시로 무도 수업이 열린다. 종목은 태권도·합기도·용무도·체포술·요가다. 청사에 근무하는 경찰관은 종목에 관계없이 매달 두 번씩 참석해야 한다. 이 횟수를 채우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의무 교육이다.
일선 경찰서는 자체 교육을 하는데 ‘월 2회 참석’ 규정은 같다. 광역수사대나 마약수사대처럼 외부에 나와 있는 직할 수사대 경찰관은 서울경찰청사로 와서 교육받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사무실이 멀면 알아서 하도록 하기도 한다.
수업은 하루 한 가지씩만 한다. 태권도와 합기도는 각각 매달 두 번씩 오전 10~11시에 교육한다. 용인대 무도연구소에서 만든 실전용 호신술인 용무도는 월 1회 수업이 열린다. 체포술은 매달 한 주를 정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연속으로 5일간 수업한다. 경찰학교에서 수십 년간 근무한 경찰관 출신 유도사범이 가르친다. 여경에게 인기가 높은 요가 수업은 화요일과 목요일을 골라 월 5회씩 열린다.
이렇게 상무관에서 무도 수업이 열리는 날은 모두 합쳐 한 달에 15일 정도다. 매 수업엔 100여명이 참석한다. 그런데 이 많은 경찰관이 그때마다 ‘강제 감금’ 상태로 교육받고 있었다면 어떨까.
‘땡땡이’ 막는 방법이 감금
서울경찰청은 대리 출석을 막기 위해 지난달 상무관 문에 지문인식기를 설치하고 이달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참석자는 수업 전에는 물론 후에도 지문을 찍어야 한다. 출석 체크를 한 뒤 도중에 가버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기 위함이다.
그전에는 출석자가 써서 제출한 OMR 카드를 판독기에 넣어 출석 여부를 파악했다. 다른 사람이 얼마든지 대신해줄 수 있는 방식이었고 실제로 그런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지문인식기를 단 것이다.
번거롭다는 불만이 나오긴 했지만 지문인식기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다. 문제가 된 건 문 안쪽에 추가로 단 자물쇠였다. 수업이 시작되면 교육 진행 요원은 자물쇠를 잠가 아무도 들어오거나 나가지 못하게 했다. 문은 수업이 끝나야 열렸다. 열쇠는 체육관 내부 사무실에 두고 직원이 관리했다.
자물쇠는 지각생이나 수업 중 나갔다 마칠 때쯤 돌아오는 ‘얌체족’ 때문에 강구한 통제 수단이었다. 내부에서는 “취지는 알겠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교육을 받으면서 감금까지 당하는 건 각각이 법 집행자인 경찰관들로서 굴욕을 느낄 만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무리해도 간편하면 장땡?
감금이 교육 인원 통제에 가장 적절하고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찰은 다른 수단들을 두고 단지 간편하다는 이유로 무리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었다.
과감하게 진단하자면 이 사례는 단편적 해프닝 수준을 넘어 통제 방식에 대한 경찰의 기본 인식을 보여준다. 경찰이 집회시위를 관리하면서 차벽 설치부터 행사 불허까지 원천 봉쇄적 조치를 강행하는 배경에도 ‘무리해도 간편한’ 통제 방식을 찾는 습성이 깔려 있다.
서울경찰청은 상무관 자물쇠 설치가 원활한 수업을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수업 중에 사람이 자꾸 드나들면 산만해지니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자물쇠를 달았다는 설명이었다. 소관 부서 관계자는 “수업이 한 시간이기 때문에 도중에 나갈 이유가 없다. 체육관 안에 상주 직원이 있기 때문에 사정이 있어 나가야 하는 사람은 언제든 말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본보 취재 바로 다음날인 지난 19일 문제의 자물쇠를 제거했다.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자물쇠 설치가 잘못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한 적이 없었다. 사실관계만 문의했을 뿐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앞으로는 다시 문을 잠그지 않기로 했다”며 “지문도 들어올 때만 찍게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땡땡이 막는다며 감금 수업’ 이런 게 경찰 클라스?
입력 2016-02-21 17:29 수정 2016-02-21 1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