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불량 주유소…주유기 조작해 330억원치 기름 판매

입력 2016-02-17 13:15
주유기를 조작해 330억원의 상당의 기름을 판매한 양심불량 주유소 18곳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주유기에 표시된 수치보다 3~5%가량 적은 기름을 넣어 13억원 가량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사기 등)로 주유소 실소유주 이모(45)씨 등 6명을 구속하고 조모(39)씨 등 32명을 불구속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수도권 일대에서 주유소를 운영해 온 조씨 등은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200만~300만원을 주고 변조 프로그램이 이식된 메인보드를 구입한 뒤 주유기에 설치해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변조프로그램이 이식된 메인보드를 설치한 주유기는 명령어를 입력하면 적은양이 주유되지만, 입력하지 않거나 전원을 껐다 킬 경우 정상작동 돼 단속을 피할 수 있었다. 이들은 한국석유관리원 단속 차량의 번호를 미리 파악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하기도 했다.

이들은 많게는 하루에 100만원의 부당이익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인근의 주유소보다 ℓ 당 40원 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손님을 모은 뒤 정량보다 4% 적은 기름을 주유했기 때문이다. 20ℓ를 주유했을 때는 800㎖ 가량이 적다. 연비가 좋은 차량의 경우 15㎞를 운행할 수 있는 양이다.

경찰과 한국석유관리원의 합동조사로 적발된 18곳은 모두 영업취소 상태다. 또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위반으로 행정처분이 내려져 2년간 해당 장소에서의 주유소 영업이 정지됐다.

경찰은 메인보드 조작 프로그램을 개발한 조직을 쫓는 과정에서 주유기 제조업체에서 메인보드 등 부품을 빼돌린 석모(44)씨 등 2명을 적발했다. 이들을 빼돌린 부품을 헐값에 국내외로 빼돌린 혐의(특수절도)로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여전히 적발되지 않은 주유소가 상당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주유시 주유량이 적게 느껴지거나 인근 주유소보다 턱없이 기름 값이 싸 의심이 가는 주유소는 경찰이나 한국석유관리원(1588-5166)으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