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한 중국 경제에 꺾인 아프리카의 ‘차이나 드림’

입력 2016-01-26 00:01 수정 2016-01-26 16:31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급성장세를 보이던 아프리카 경제의 기세가 꺾이고 있다. 투자를 아끼지 않던 중국의 경기 침체 때문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올해 들어 아프리카의 주요 경제 강국인 나이지리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경제가 중국과의 거래 급감으로 흔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지난해 사이 이들 국가로부터의 수입이 40% 가까이 줄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아프리카 국가들의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춘 데 이어 국제신용평가사들도 앙골라, 가나, 모잠비크, 잠비아 등의 신용등급을 낮췄다.

이중 아프리카 대륙 최대 경제강국으로 꼽히는 남아공의 부진은 특히 두드러진다. 아프리카에서 중국에 가장 많은 철광석을 수출하던 남아공은 중국의 수요가 줄면서 광산업이 덩달아 침체기에 빠졌다.

여기에 농업과 공업 등 다른 분야도 함께 타격을 받았다. 세계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폭락한 데 이어 역대 최악 수준의 가뭄이 남아공을 덮쳤다. 주요 수출품 중 하나로 꼽히던 옥수수 농업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식료품 값이 오르는 바람에 제이콥 주마 대통령은 당장 올해 지방선거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남아공과 함께 아프리카 경제를 이끌어 온 나이지리아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이 기름을 생산하는 나이지리아는 원유가격 폭락에 직격탄을 맞았다. 석유 시추산업이 정부 수입의 80%를 차지해왔기에 타격이 더욱 컸다. 보코하람 등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역시 정부를 괴롭히고 있다.

나이지리아 화폐인 나이라는 국립중앙은행이 외환보유고 보전을 위해 미국 달러화 판매를 금지하면서 현재 역대 최악수준으로 화폐가치가 하락했다. 현재 나이지리아 암시장에서 1달러는 300나이라에 거래된다. 지난달의 240나이라에 비해 눈에 띄는 추락이다. 중국으로부터 국가기반시설을 짓기 위해 빌린 돈은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차츰 탄탄해져가던 중산층도 몰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프리카 경제가 겉으로 드러난 만큼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케냐와 에티오피아 등 주력 산업분야를 분산시켜온 국가들이 무난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덕분이다. 남아공의 한 경제전문가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아프리카의 성장세를 상징했던 캐치프레이즈인 ‘아프리카의 부상(Africa Rising)’은 허구에 가까웠지만 그렇다고 아프리카 경제가 완전히 침체기에 들어선 건 아니다”면서 “실상은 완전한 침체도, 호경기도 아닌 그 중간 정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 역시 그간 고속성장을 겪으면서도 아프리카 경제가 기초체력을 다져놓지 못한 점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남아공에서는 중산층이 그간 상당규모로 늘었음에도 아직 전력공급이 충분치 않은 상태며, 실업률은 25%에 이른다.

중국이 알려진 만큼 아프리카 대륙에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아프리카 대부분의 국가를 방문해 600억 달러(약 71조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으나, 지난해 중국은 아프리카를 상대로 1020억 달러(약 122조원)어치를 수출해 670억 달러(약 80조원)인 수입액에 비해 350억 달러 가량 이득을 봤다. 아프리카 현지 사업가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더 이상 아프리카를 낭만적(Romantic)으로 대해주지 않는다”면서 “그저 순전히 경제적인 이득이 목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