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마다 제각각 ‘부활절’ 1600년 만에 통일될까, 통일논의 착수

입력 2016-01-17 16:19

부활절은 십자가에 못 박혀 숨진 예수가 다시 살아난 날을 기념하는 날로 기독교의 가장 의미 있는 기념절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부활절 날짜가 공식 지정되기 시작한 이래로 약 1600년 동안 각 종파마다 다른 역법(曆法)을 적용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각기 다른 날에 부활절을 기념해왔다.

그런데 머지않아 전 세계 모든 기독교인들이 같은 날에 부활절 기념 달걀을 먹을 수 있을 가능성이 열렸다고 영국 BBC 방송과 일간 가디언이 15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영국 성공회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는 가톨릭의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 이집트의 기독교 종파 콥트교의 타와드로스 2세 교황 등 세계 주요 기독교 지도자들과 통일된 부활절 날짜 지정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웰비 대주교는 “앞으로 5~10년 안에 4월의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일요일이 세계적으로 통일된 부활절 날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바뀌는 부활절이 학교 학기 일정과 달력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각국의 정부가 미리부터 이를 대비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활절 날짜가 지정된 것은 325년 로마 황제 콘스탄틴누스 대제가 기독교 신앙을 성문화하고자 소집한 1차 니케아 공의회에서다. 당시 선포된 내용에 따르면 부활절은 춘분이 지나고 처음 맞는 보름 이후 안식일 다음날이다. 이는 그레고리력(양력)으로 3월 22일부터 4월 25일 사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러시아 정교회는 그레고리력 이전의 율리우스력을 따르는 등 몇몇 기독교 종파들이 다른 달력을 사용한데다가 동방 정교회는 일주일 뒤 부활절을 지내는 전통이 있어 실제 부활절은 지역마다 다른 날짜에 기념돼왔다.

웰비 대주교는 “부활절 날짜를 통일하려는 노력은 10세기 이전부터 있었다”며 “뜻을 모으는 데 약간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990년 교황청도 부활절을 통일시키는 문제가 다른 종파 및 각국 정부들 간 합의의 대상이라고 공식 인정했지만 그동안 교계 및 각국 정부의 미온적인 움직임으로 인해 별 진전은 없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