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숨은 실세’ 의혹을 받아온 정윤회씨가 청와대 핵심 실세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국정에 개입해 왔다고 세계일보가 28일 보도했다. 신문은 정씨가 청와대 인사들과 함께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 등을 퍼뜨린 사실이 청와대 공식 문건을 통해 확인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관련 보도 내용이 사실무근이라고 즉각 반박하고 해당 언론사 사장 등을 고소했다.
◇일부 언론 “정윤회씨, ‘십상시’와 청와대 인사 논의”=보도에 따르면 이 문건에는 정씨가 청와대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3명을 포함해 10명을 정기적으로 만났고, 청와대 내부 사정과 인사 문제를 논의했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이 비서관 등 3명은 박근혜 대통령의 오랜 측근들로, 야당에 의해 이른바 청와대의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지목을 받아왔다. 문건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명의로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 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문건에는 정씨가 지난해 10월부터 매달 두 차례 이들과 서울 강남의 일식당과 중식당에서 만났으며, 특히 정씨가 모임에서 “김 실장은 ‘검찰 다잡기’만 끝나면 그만두게 할 예정이고, 시점은 2014년 초중순으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또 정보지 등을 통한 김 실장 교체설 유포를 지시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문건은 청와대 인사 10명을 중국 후한 말 권력을 휘둘렀던 환관들을 가리키는 ‘십상시(十常侍)’라고 적시했다. 문건에는 ‘김 실장 중병설 및 교체설’ 루머의 진원지를 파악하는 차원에서 작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건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하던 A경정이 지난 1월 6일 작성, 조응천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A경정은 지난 2월 모 경찰서 과장으로 전보조치됐고, 조 전 비서관은 4월 사표를 냈다.
◇청와대 “사실무근” 세계일보 사장 등 고소=청와대는 해당 문건이 공식 감찰보고서가 아닌 증권가 정보지(일명 찌라시)에 나오는 풍문을 취합한 문건이라고 밝혔다. 문건에 거론된 이재만 비서관 등 8명은 세계일보 사장과 편집국장, 기자 등 6명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또 문건 외부 유출 의심을 받고 있는 A씨에 대해선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사건은 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될 가능성이 높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세계일보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며 “근거 없는 풍설을 모은 이른바 찌라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사한 내용이 김 실장에게 구두로 보고됐고 확인 절차를 거쳐 근거 없는 내용이라고 판단해 의혹의 당사자들에 대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문건 내용이 모두 ‘~했다고 함’ 등 전언 수준”이라며 “시중에 떠도는 얘기를 정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박근혜정부 최대의 국정 농단 사건으로 규정하고 총공세에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비선실세 국정농단 진상조사단’을 구성키로 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보도 논란...청, 세계일보 사장 등 6명 고소
입력 2014-11-28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