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호르몬 프탈레이트, 어린이 두뇌발달에 악영향 ADHD 촉진한다

입력 2014-11-26 09:18

플라스틱류의 가소제로 사용돼 일상생활 중 노출 위험이 높은 환경호르몬 ‘프탈레이트’(phthalate)가 어린이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두뇌발달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은 소아정신과 김붕년(사진), 김재원, 홍순범, 박수빈 교수팀이 프탈레이트가 ADHD와 두뇌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한 연구논문을 정신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사이콜로지컬 메디신’ 최신호에 발표했다고 26일 밝혔다.

내분비계 교란 물질로 알려진 프탈레이트는 냄새와 색이 없는 액체기름으로 화장품, 어린이용 장난감, 주방 및 화장실의 세제, 방과 거실의 바닥재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한 제품에 사용되고 있다. 그 동안 프탈레이트의 유해성에 대해 많은 보고가 있었지만, 아이들의 ADHD 증상악화와 두뇌발달에 대한 실증적 영향을 뇌영상 연구를 통해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탈레이트의 종류에는 DEHP, BBP, DBP, DEP 등이 있으며 DEHP는 가소제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DEHP는 전기 변압기내의 절연유나 가소제로 사용되어 다양한 폐기물을 통해 환경에 유입된다. BBP는 포장재의 가소제, 바닥재 타일 제조 가소제, 합성 가죽에서도 사용된다. DEP는 칫솔, 인형과 같은 압축 제품과 발포제, 화장품류, 방충제, 접착제에서 발견되어진다.

김붕년 교수팀은 ADHD 어린이 180명(비교군)과 정상 어린이 438명(대조군)을 대상으로 소변검사를 실시한 후, 요(尿)중 프탈레이트 농도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프탈레이트 대사 물질인 MEHP(비교군 48.18μg/g, 대조군 25.3 μg/g), MEOP(비교군 43.99μg/g, 대조군 20.53μg/g), MBP(비교군 65.96μg/g, 대조군 50.86μg/g) 등이 비교군에서 한결같이 더 많이 검출됐다.

프탈레이트는 ADHD 증상의 심한 정도와 유형에도 영향을 미쳤다. 프탈레이트의 일종인 DBP(di-n-butyl phthalate)의 검출 농도가 10배 높을수록, 아이들의 행동장애수치(DBDS)는 7.5배 높게 나타났다. 즉 공격적이고 충동적인 성향이 높았다.

ADHD는 보통 A군(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B군(주의력결핍), C군(과잉행동장애) 등 3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A군과 C군에서 DBP가 각각 높게 검출되었다. 이는 프탈레이트가 ADHD의 충동조절문제/공격성 악화에 관여한다는 뜻이다.

김 교수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ADHD 어린이 115명의 머리를 MRI로 촬영한 후, 뇌피질 두께와 프탈레이트 농도와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프탈레이트 대사물인 DEHP(Di(2-ethylhexyl) phthalate)가 높은 아이들일수록, 발달지연으로 우전두엽과 측두엽의 피질 두께가 더 얇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전두엽과 측두엽은 공격성, 과잉행동, 불복종, 짜증, 비행과 같이 밖으로 드러나는 행동상의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ADHD 환자에서의 프탈레이트 노출은 ADHD에 부가되는 추가적 공격적 행동문제를 악화시키는 기전으로 뇌 발달의 이상을 초래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이 연구는 아이들에게 광범위하게 노출되는 프탈레이트 물질이 아이들의 뇌 발달, 특히 공격성 문제와 연관된 측두엽 부위의 발달을 저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세계 최초의 뇌 영상 실증연구”라며 “향후 공격성 품행장애를 보이는 아이들, 공격성을 보이는 우울-불안증 아이들을 대상으로도 추가적인 뇌 영상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