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벧엘교회 집사 장로 권사 임직식 때 감사헌금 관행 무기명으로 개선해 눈길.

입력 2014-11-24 13:36 수정 2014-11-24 16:35
“2010년 11월7일 임직예식...,그동안 가슴앓이를 해오던 문제가 말끔히 해소된 기분이이서 한결 마음이 편합니다. 웬만한 믿음 가진 사람이건 안 믿는 사람이건 간에, 개신교에 대해서 직분을 사고판다는 말을 공공연히 들어왔던 터였고, 저 역시 오래전부터 반드시 고쳐져야 할 병폐임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교회 지도자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솔선수범해서 말씀으로 돌아가 본질을 회복해줄 것을 기대하고, 인내하면서 기다리고 있던 터였습니다. 이 문제는 오랜 관행에 얽매여 교회가 자유롭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때늦은 감은 있으나 지금부터라도 말씀안에서 바로 서는 교회로 나가기 위해, 잘못된 관행을 과감하게 바로 잡았다는 데에 무엇보다도 하니남이 기뻐하실 줄 믿습니다.”

(2010년 11월8일 광주 벧엘교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려진 한 협동장로의 글에서 발췌).



광주 벧엘교회가 2010년부터 집사와 장로 권사 등의 임직식 때 헌금 관행을 과감히 없애 눈길을 끌고 있다. 교회 성도들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임직자들에게 감사헌금 등 선교목적 이외 돈을 받는 관행은 누구나 아는 기독교계의 고질적 폐습으로 꼽혀왔다. 부족한 교회재원을 일시에 충당하고 집사와 장로 권사 등이 교회살림에 주인의식을 갖도록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교회 임직식 때 헌금의 적절성 여부는 오랜 과제로 남아왔다. 교회를 섬기는 일꾼이 되면서 금전적 부담을 느끼는 게 타당하냐는 논란이 끊임없이 일부에서 제기되어 온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하지만 광주 벧엘교회에서 이제 그런 일은 찾아볼 수 없다. 장로 1명, 안수집사 37명, 권사 70명을 탄생시킨 2010년 11월 임직식을 시작으로 비뚤어진 관행이 바로잡혔기 때문이다. 장로 8명과 안수집사 33명, 권사 68명을 일꾼으로 세운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다. 벧엘교회가 이 같은 교회문화 개선에 나선 것은 2009년 리종빈 담임목사의 부임이 계기가 됐다. 리 목사 부임 이후 벧엘교회에서 감사헌금의 직·간접적 부담은 사라졌다. 교회 측은 감사헌금은 허용하되 무기명으로 하도록 했다.

바뀌어진 임직식 풍경은 이뿐 아니다. 외부 손님은 노회장만 초청된다. 부목사로 있다가 개척 교회 시절에 지원을 받은 ‘형제 교회’ 목사들도 안수위원으로 초대된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다.

노회장에게는 교회 재정으로 교통비는 제공하지만 가슴에 다는 꽃도 없앴다. 임직자가 적지 않은 숫자이다보니 교인들도 축하선물을 준비하는 데 부담을 가졌다. 교회는 임직식 때 축하 선물을 주거나 받지 않겠다는 데에 동의서를 받고 식사 대접도 없앴다. 섬김을 시작하겠다고 다짐하는 자리에 허례허식이 많아서는 곤란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영향이 컸다.

리 목사가 임직식 간소화에 나서자 당회부터 마뜩찮아 했다. 자신들은 돈을 내고 장로가 됐는데 다음 사람들은 ‘무임승차’를 하는 게 불만이었다. 그러나 리 목사는 “99%가 관행대로 하고 1%만 다르게 하더라도 그게 성경적이라면 1%를 따르겠다”며 밀어붙였다. 당회와 교인들은 결국 리 목사의 뜻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내부 행사는 최소한으로, 이웃 섬김은 최대한으로 하자는 신념 앞에 두려울 것은 없었다. 광주 벧엘교회는 임직식에서 “축하합니다”는 의례적 인사도 없다. 대신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라는 말로 축하인사를 한다.

광주 벧엘교회는 당초 1979년 10월21일 산수동에서 창립예배를 드렸다. 같은 해 11월 광주 장동으로 예배장소를 변경해 여전도회를 조직한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 남전도회가 만들어졌다. 1982년 벧엘유치원이 설립됐고 제2성전 건축기공 예배를 한 1988년에는 제1기 벧엘성경교회가 개강했다. 1991년 새생명 훈련원이 개강한데 이어 1995년 화정3동에 목사관을 구입했다. 1996년 교회 내에 교사대학이 개강했고 2000년에는 영어예배를 시작했다. 2007년에는 ‘북한 사랑의 달’를 행사를 가졌다. 이후 2009년 2월 리종빈 담임목사가 부임했다. 현재 출석교인이 3000여명에 달한다.



“좋은 목회자를 만난다는 것은 신앙의 성장과 유지에 아주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우리는 일주일내내 세상에서 생활하다가(심지어 말씀을 거의 보지 않으며) 겨우 한 시간여동안 하나님께 예배를 드립니다. 온전한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는 하나님께서 무엇을 바라시는지 제대로 아는 것이 아주 중요할 것입니다. 그래서 목사님이 성도에게 미치는 영향은 아주 큽니다.”

(2010년 11월16일 광주 벧엘교회 신도 김장훈 님의 글).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