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나왔던 남측의 ‘연합제’와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간 공통성을 인정하는 단계적 화해와 재통합을 남북통일의 대안적 구상으로 제시했다. 백 교수는 또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백 교수는 22일 서울 종로구 안국빌딩에서 열린 ‘문화의 안과 밖’ 강연에서 “근대성의 주요 지표는 ‘국민국가’인데 한반도에는 통일된 근대 국민국가가 존재한 적이 없다”며 “남북한 모두 정상적 국민국가가 아니라 ‘결손국가’라고 말했다. 외세의 결정으로 분단이 강요된 2개의 결손국가가 탄생했고, 비민주적이고 타율적인 분할로 민주주의와 민족적 자주성에 심각한 문제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백 교수가 말하는 결손국가는 근대성에 부합하지 못 하는 국가를 말한다. 백 교수는 한반도라는 공간에서 분단국가라는 ‘형식상 결손’이 내용의 ‘불량성’과 관련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한반도 분단체제 극복은 ‘근대의 적응과 극복’이라는 ‘이중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전형적인 사례”라며 “한반도에서의 근대 적응 노력이 근대 극복 노력과 합치됨으로써만 한반도 분단체제의 극복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특히 민주주의 측면에 있어서 남북한 모두를 비판했다. 백 교수는 “남한은 1987년 독재정권을 마감하고 상당한 수준의 민주화를 달성했다”면서도 “분단체제 속 민주주의는 항상 위태로운 성격이었고,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 하에서 ‘역행’을 겪으면서 다시 불량상태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에 대해서는 “분단체제 장기화와 더불어 사회주의보다 왕조적 성격이 점점 짙어져 이제는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는 북한의 주장이 세계에서 신뢰를 잃은 지 오래”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반도 주민들이 근대에 더 잘 적응하려면 분단체제를 극복해야 한다”면서 “통일 국민국가를 보유하지 못한 탓에 한반도 주민이 세계의 ‘국가 간 체제’에 정상적으로 참여하는 일이 70년 가까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백낙청 교수, "남북한 '국민국가' 형성하지 못해"+"이명박,박근혜 정부들어 민주주의 '역행'" 비판
입력 2014-11-22 2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