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여당 지도부와 회동한 것은 우선 당청 관계를 공고히 하면서 동시에 각종 법안, 개혁안의 조속한 처리를 강조하기 위한 차원으로 받아들여진다. 박근혜정부 출범 2년차의 가장 큰 개혁 과제로 떠오른 공무원연금 개혁을 계속 추진하기 위해 여당을 다시 한번 독려하려는 의도도 있다.
◇박 대통령, FTA·예산안·연금개혁안 적기 처리 당부=박 대통령은 오후 청와대에서 1시간 동안 이뤄진 회동에서 각종 법안 등을 설명하면서 ‘적기에’ ‘조속한’ 이란 표현을 수차례 사용했다. 그만큼 여러 민생법안, 경제활성화 법안, 개혁안 등의 처리가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최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미 타결된 자유무역협정(FTA)이 빨리 국회에서 통과돼야 국제무대에서 우리나라가 시장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이번 회동에서 “우리가 제일 먼저 (FTA를) 타결하고도 경제적 실리는 (외국에) 다 빼앗길 수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절실함의 표현이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각종 법안과 개혁안 처리에는 지켜야 할 ‘골든타임’이 있고, 그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는 점을 수차례 밝혀왔다. 그런 만큼 연말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에 여당에 이런 개혁안을 추진할 동력을 부여하기 위해 여당 지도부를 초청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아울러 이번 회동에서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다자정상외교의 성과도 상세하게 소개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대통령께서 해외순방을 하시면서 큰 업적을 갖고 돌아오셨는데 당에서 제대로 뒷받침을 못한 것 같아서 송구스런 마음이 있다”며 “다음부터는 좀 더 열심히 해서 결실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긴밀한 당청관계 과시, 야당은 “때 아니다” 거절=박 대통령의 여당 지도부 회동은 현재 국회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은 만큼 긴밀한 당청관계를 과시해 여당에 국정 운영의 추동력을 실어주자는 속뜻도 담겨 있다. 여기에 야당 지도부와의 회동은 성사되진 않았지만 야당을 포함한 청와대의 회동 제안에는 여의도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정례화한다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사실 오늘은 야당도 함께 초청해 부탁을 드리려고 했는데 좀 안타깝게 생각이 된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그러나 새해 예산안 처리를 앞둔 민감한 시기의 회동 제안이 적절하지 않다며 거부했다.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최근 ‘여야 3명씩 참석하는 걸로 청와대에서 회동하자’는 전화를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 받았다”며 “나는 ‘지금 그럴 때가 아니다. 정기국회 다 끝나고 보자’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시도 때도 없이 만나면 대통령의 격이 떨어지고 야당 대표 격도 떨어진다”며 “만나면 뭔가 해결돼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다만 “야당 대표가 뭐라고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하겠느냐. 거부란 말은 거북스럽다”고 언급해 추후 청와대 회동이 성사될 여지를 남겼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박 대통령이 여당지도부를 초청한 이유는
입력 2014-11-20 1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