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 탐사로봇, 유기분자 탐지…표면 예상보다 딱딱

입력 2014-11-19 14:15

혜성에 착륙해 인류 최초로 혜성 표면 탐사를 진행 중인 탐사로봇 ‘필레’(Philae)가 혜성의 대기에서 탄소 성분이 함유된 유기 분자들을 발견했다. 지구 생명의 기원 규명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독일 항공우주연구소(DLR)는 필레가 지난 12일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에 착륙한 직후, 탑재한 코사크(COSAC) 가스 분석기를 이용해 대기에서 처음으로 유기 분자들을 탐지했다고 18일(현지시간) 밝혔다. 유기 분자들이 탄소 성분을 함유하고 있지만, 단백질을 구성하는 착화합물을 포함하고 있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면서 “성분 분석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혜성에서 첫 유기 분자를 발견한 것은 지구의 생명 탄생에 필요한 물과 유기 분자가 혜성으로부터 온 것이라는 학설을 검증하는데 중요한 첫 걸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RAS)는 “혜성에서 유기 분자를 발견한 사실 자체는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라며 과학적 가치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필레는 또한 혜성 표면이 예상보다 훨씬 딱딱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DLR은 “해머의 힘을 점차 증가시켰는데도 표면 아래로 깊숙이 들어가지 못했다”며 “혜성 표면이 생각했던 것만큼 부드럽고 푹신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필레는 혜성 표면에서 드릴을 작동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표면의 샘플을 채취해 분석 작업에 들어갔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2004년 발사된 모선 로제타호에 실려 11년에 가까이 약 65억㎞를 비행한 필레는 지난 12일 시속 6만6000㎞로 움직이는 혜성 67P에 착륙했다. 착륙에 성공한 후 15일 배터리 방전으로 ‘대기모드’에 들어가기 전까지 수집된 데이터를 모두 지구로 전송, 이에 대한 분석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필레는 태양광을 받아 충분히 충전될 때까지 지구와 교신 없이 대기모드를 유지하게 된다. DLR은 필레가 내년 봄이면 모선인 로제타호와 교신이 가능해지고 여름쯤 혜성 온도가 상승하면 배터리가 충전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