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개최 비리 ‘판도라의 상자’ 열릴까…유럽축구계 “조사 보고서 공개하라” 성토

입력 2014-11-18 13:55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에 대한 국제축구연맹(FIFA) 윤리위원회 조사 후 FIFA가 서둘러 사태를 수습하려는 것에 대한 유럽축구계의 반발이 거세다. 사진은 이번 비리 조사에서 수석 조사관을 맡았던 마이클 가르시아가 지난 2012년 쮜리히 FIFA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AFPBBNews=News1

세계 축구계를 뒤집어 놓을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까?

국제축구연맹(FIFA)은 최근 2018년 월드컵과 2022년 월드컵 본선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비리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FIFA는 42페이지짜리 보고서 압축본을 내놓고는 “개최지를 다시 선정해야 할 만큼의 큰 문제가 없었다”고 서둘러 비리를 덮으려 했다. 그러자 보고서의 원본을 공개하라는 촉구가 잇따르고 있다.

AP통신 등은 “그레그 다이크 잉글랜드축구협회(FA) 회장이 FIFA 집행위원들에게 원본을 공개하라는 요구를 담은 서한을 보냈다”고 18일(한국시간) 보도했다.

다이크 회장은 “FIFA가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려면 긴급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이는 마이클 가르시아 FIFA 윤리위원회 수석 조사관이 제출한 42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공개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레인하르트 라우발 독일축구리그(DFL) 회장도 가르시아의 보고서를 그대로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축구계 거물들이 이처럼 원본 공개를 촉구하는 이유는 보고서에 각종 비리가 담겨 있으며, 이를 묵인한다면 세계축구의 질서가 무너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카타르, 일본, 한국, 잉글랜드 등은 2010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부적절한 로비를 시도했다. 특히 카타르는 여러 가지 수법으로 유권자들에게 금품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2010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평가전은 카타르가 아르헨티나축구협회에 돈을 주려는 행사였다고 지적했다.

FIFA 윤리위는 “일부 정직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개최지를 재선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제제 없이 조사를 종료했다. 하지만 비난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FIFA가 여론에 굴복해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주목된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