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은 “웃기지만 노래 잘하는 아줌마 아니에요”… 8년만에 내놓은 앨범, 노래로 이야기하겠다

입력 2014-11-17 20:23
국민일보DB

데뷔 44년 차 가수 양희은(62)의 목소리는 여전히 아침 이슬처럼 맑았고 소나무처럼 청청했다. 8년 만에 선보인 앨범에서 그녀는 노래를 통해 같은 세대와 인생을 이야기하고 젊은 세대에겐 삶의 의미를 일러주고 있다.

17일 서울 영등포구 IFC몰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정규앨범 ‘2014 양희은’ 쇼케이스에서 양희은은 “요즘 친구들이 나를 노래 잘하는 웃기는 아줌마로 보는데 결국 가수는 노래를 통해서 이야기해야 한다”며 “이번 앨범은 기지개를 켠다는 뜻도 있고 마무리를 잘 하자는 뜻도 있다”고 말했다.

양희은은 이번 앨범에 김시스터즈의 ‘김치 깍두기’를 제외한 나머지 11곡을 모두 신곡으로 채웠다. 대신 날선 포크 톤 대신 여유로운 재즈 느낌을 앞세웠다.

1번 트랙에 실린 스윙 재즈 리듬의 포크 곡 ‘나영이네 냉장고’는 방송인 김나영의 책 ‘마음에 들어’에서 “내 냉장고는 가난하다”는 표현에 영감을 받아 가사를 써내려갔다. 김나영은 바버렛츠와 피처링에 참여했고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했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만든 강승원은 양희은과 함께 ‘당신 생각’을 불렀다.

“인생의 시궁창에 있을 때 손을 내밀어주는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누군가가 연인이 될 수도 있고 인생의 선배가 될 수도 있죠.”

여동생인 탤런트 양희경과 부른 ‘넌 아직 예뻐’는 마치 한편의 뮤지컬 공연을 보는 것 같다. 노래가 시작되기 전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나지막하게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 속 대사를 읊조린다. 노래는 ‘식구를 찾아서’의 삽입곡 두곡을 편곡해 만들었다.

양희경은 “두 할머니 이야기인데 내용이 너무 좋아 언니에게 추천했다”면서 “생면부지의 두 할머니가 만나 가족이 된다는 내용인데 자매를 떠나 모든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음식을 좋아하는 양희은의 취향도 앨범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녀는 ‘김치 깍두기’ ‘막걸리’ 두 곡에 대해 “우리나라 음식에 대한 내 나름의 사랑을 표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유일한 리메이크 곡인 ‘김치 깍두기’에 대해서는 “국민학교 때 들었던 노래인데 나중에 옛날 노래 한곡을 리메이크해야 한다면 이 노래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전했다.

앨범 속 화보도 양희은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어머니가 양희은과 희경 자매를 떠올리며 수놓은 자수와 어릴 적 사진이 담겼다.

음악평론가 임진모는 “곡 마다 차별화를 꾀하는 ‘디테일’에 충실함을 알 수 있다”면서 “12곡 모두 다른 작곡가의 곡을 통해 자신과 주변에 대한 결코 하나일 수 없는 삶의 다채로운 단상을 그려내려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양희은은 이번 앨범에서 재즈 등 장르의 변화와 함께 다양한 시도를 했다.

“오랫동안 함께 작업했던 동료들이 재즈를 해 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들을 믿고 과감히 시도했죠.”

‘나영이네 냉장고’를 통해 처음으로 뮤직비디오도 찍었다. 개그우먼 송은이가 감독을 맡았다. 쇼케이스를 가진 것도 처음이다.

그녀의 도전에 연예계 동료와 후배들이 힘을 보탰다. 한동준, 이한철, 지근식, 김한년, 육중완(장미여관) 등 많은 유명 뮤지션들도 곡 작업에 참여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말’을 작사, 작곡부터 편곡까지 한 육중완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우린 참 외모에 잘 속아요. 그런데 육중완은 눈빛이 해맑은 사람이었어요. 노래를 부탁하고 얼마 안 있어서 자신이 부른 노래를 보냈는데 너무 아름다웠어요.”

뮤직비디오에는 송은이 외에도 개그우먼 김숙과 개그맨 김준호가 카메오로 출연했다.

양희은은 앨범 외에 싱글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윤종신, 이적 등과 ‘뜻밖의 만남’이란 프로젝트를 통해 디지털 싱글을 내놨다. 이 프로젝트는 3, 4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한 번에 두 작업을 진행하는 것은 처음인데 나이가 들다 보니 신선한 발상이 부족해요. 젊은 후배들과 함께 하니 기운을 받는 것도 있어요.”

12월엔 콘서트도 열 계획이다. 양희은에게 ‘앞으로 클럽에서 공연하는 모습도 보고 싶다’는 질문을 던졌다.

“무언가를 계획하지 않는 편이죠. 그런데 클럽 공연은 좋은 데요.”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