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특사’로 러시아를 방문한 최룡해 당 비서가 17일 평양에서 ‘전용기’를 타고 모스크바로 직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비서는 이르면 1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예방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 비서가 전용기를 타고 평양을 출발했다”며 “오후 늦게 모스크바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북한 특사단은 19일 모스크바로 직항하는 고려항공 편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전용기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당초 최 비서가 이날 고려항공의 유일한 러시아 항공편인 블라디보스토크 경유행 여객기를 탈 것으로 예상했지만 빗나갔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특사단의 긴급성 규모 위상 등에 공을 들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최 비서와 동행한 인사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이광근 대외경제성 부상, 노광철 군총참모부 부총참모장 등이다. 이들을 배웅하러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김기남 당 비서, 이수용 외무상, 이용남 대외경제상 등의 인사들이 직접 평양공항에 나온 만큼 ‘권력 2인자’로 복귀한 최 비서의 힘이 상당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 비서는 푸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정치·경제·군사·외교 등 다양한 분야의 폭넓은 의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거론되는 것이 북·러 정상회담 등 정치대화 수준의 격상 문제다. 그러나 일각에선 우크라이나 문제 때문에 코너에 몰린 푸틴 대통령이 김 제1비서의 러시아 방문을 부담스러워 할 것이란 반론도 제기된다.
특사단의 역할 분담을 보면 북한의 6자회담과 대미외교를 사실상 총괄하는 김 제1부상은 북핵 문제 조율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2일 중국을 방문한 러시아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고리 모르굴로프 외교차관이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를 만나 ‘회담재개 노력을 지속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노 부총참모장은 북·러 간 안보현안, 군사협력을 논의하게 된다. 우리군 합동참모본부에 해당하는 총참모부는 북한군 전략 운용을 책임지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전투기 등 러시아로부터 무기를 도입하는 협상이 있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부상은 최근 강화되는 북·러 간 경제협력에 대한 문제를 논의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이미 북한 내륙철도 현대화 사업에 시동을 걸었고, 러시아 극동지역 개발사업에 북한의 참여 등을 논의하고 있다.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의결 등 외교 문제에 대한 양측의 공동대응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정부는 (특사파견에 대해) 북한이 추진한 대외관계 다변화 시도의 연상선 상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중국과 관계가 껄끄러운 시점에서 일본 남한 미국 등에 차례로 ‘유화 제스처’를 보냈지만 큰 성과를 못 냈고, 결국 눈길을 러시아로 돌렸다는 설명이다.
최 비서는 24일까지 러시아에 머물며 모스크바를 방문한 뒤에는 북한 벌목공이 대거 파견된 러시아 극동지역의 하바로프스크, 경제협력사업인 ‘나진(북한)-하산(러시아) 프로젝트’ 관련 지역인 블라디보스토크 등도 방문할 예정이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
최룡해 '전용기'로 모스크바행
입력 2014-11-17 1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