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 막힌 러시아, 극동으로 눈 돌리나… 北과 협력,지원 강화

입력 2014-11-17 17:23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 국가들과 갈등을 겪고 있는 러시아가 극동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극동 지역은 러시아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진데다 경제적으로 낙후됐지만, 자원이 풍부해 개발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 받는다. 러시아는 극동 지역과 국경을 맞댄 북한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감안해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부쩍 강화하고 있다.

극동 지역은 바이칼호(湖) 동쪽 일대를 말한다. 러시아 행정구역상 ‘러시아 극동관구’로 분류된다. 총 면적은 617만㎢로 러시아 연방 전체 면적의 35.4%를 차지하지만, 인구는 2012년 기준 626만명으로 전체 1억4306만명의 4.4%에 불과하다. 구소련 시절 지역 인구 증가를 촉진하고자 시행되던 고임금 정책이 소련 해체 이후 축소되면서 인구 유출이 심화됐다.

반면 경제적 가치는 매우 높다. 석유·가스·석탄 등 에너지자원 외에도 주석·우라늄·철광석·금·구리·다이아몬드 등 다양한 광물자원이 매장돼 있다. 러시아에서 채굴되는 아연은 100%, 다이아몬드는 98%, 금은 67.5%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석유는 러시아 전체 생산량의 4.1%, 천연가스는 4.2%를 차지한다. 태평양에 인접해 수산물 자원도 풍부한데다 러시아의 유라시아 물류망 구축에도 지정학적 중요성을 갖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극동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2012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과 유럽을 통합하는 ‘유라시아경제동맹’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같은 해 5월 러시아 정부는 극동 개발을 전담하는 ‘극동개발부’를 신설했다. 2025년까지 연 4조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는 동시에, 연 20조원 이상의 국내·국외 민간투자를 유치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극동에 대한 러시아 중앙정부의 관심이 커짐에 따라 북한과 러시아의 경제 협력도 날로 심화되고 있다. 지난 5월 구소련 시절 북한이 러시아에 진 채무를 90% 탕감한 데 이어, 10월에는 북한 철로 3500㎞ 구간을 재건하는 ‘포베다(승리)’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극동개발부 주도 하에 러시아 토목업체 ‘모스토빅’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다. 250억 달러(약 27조원)에 달하는 공사비용은 러시아 기업들이 북한 지하자원을 개발해 얻은 수익으로 충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사회과학원의 한반도 전문가 그레고리 톨로리야 박사는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에 발표한 기고문에서 “서방 국가와의 관계가 파국을 맞으면서 한반도는 푸틴 대통령이 추진하는 ‘동방 정책(Look East Policy)’의 핵심 지역이 됐다”며 “특히 북한은 러시아의 대(對)우크라이나 정책을 지지하는 소수 국가 중 하나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일본 싱크탱크인 국제문제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 3월 크림반도 합병 이후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취한 경제제재 조치와 국내·외 자본 유출, 루블화 가치 저하 등 요인이 극동 지역 개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인프라 개발 우선 순위가 크림반도에 밀릴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와 크림반도를 잇는 육로는 우크라이나에 막혀 있는데다 겨울에는 기후 악화로 해상 운송에도 차질이 생긴다. 크림반도에 다리나 터널 등 대규모 공사가 진행될 경우 극동 지역 투자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