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영남당"-새누리당 서울 의원들 부글부글

입력 2014-11-17 16:58

새누리당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 인선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서울 지역 의원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여당 몫 예산안조정소위 위원에 서울 의원들이 단 한명도 선정되지 못한 게 발단이 됐다. 호남 예산 폭탄을 주창했던 이정현 의원도 빠졌다. 그래서 “새누리당은 역시나 영남당”이라는 자조 섞인 한탄이 터져 나온다.

예산안조정소위의 권한이 막강한 것은 사실이다. 소위는 국회 각 상임위가 정부 예산안을 조정해 올린 예산안에 대해 삭감이나 증액을 할 수 있다. 특히 예산결산특위가 소위의 예산안을 크게 건드리지 않는 관행을 비춰보면 소위의 예산안이 그대로 국회 본회의에 제출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시·도 의원들은 한 푼이라도 더 많은 예산을 보내기 위해 자기 지역 의원을 소위 위원으로 앉히기 위해 치열한 신경전을 펼친다. 같은 새누리당 소속이지만 다른 지역 의원들과 힘겨루기를 벌이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6일 새누리당이 공개한 여당 몫 소위 위원 8명의 명단은 서울지역 의원들을 자극했다. 새누리당은 소위 위원으로 홍문표(충남) 예결위원장, 이현재(경기), 이학재(인천), 김진태(강원), 김도읍(부산), 김희국(대구), 이한성(경북), 윤영석(경남) 의원을 선정했다. 부산·경남(PK), 대구·경북(TK) 등 영남 의원들은 각 지역별로 선정돼 전체 8명의 절반인 4명이나 뽑혔는데 서울 의원들은 단 한명도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급기야 새누리당 서울 의원들은 17일 “예산안조정소위에 서울지역 국회의원 배정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서울 의원들은 성명에서 “서울시당은 지난 12일 인구수, 의석수, 산적한 예산 현안 등 서울시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해 소위에 서울 의원이 반드시 배정될 수 있도록 원내대표에 요청한 바 있다”면서 “그러나 원내지도부가 지역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소위 위원을 배정한 것에 대해 서울 의원들은 실망을 금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서울(전체 의석수 48석)의 새누리당 지역구 의원들은 16명으로, 광역단체장과 32명의 국회의원들이 포진된 야당에 비해 예산확보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더구나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민병두(서울 동대문을) 의원을 소위에 배정해 서울을 배려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당 위원장인 나경원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 지도부가 대선·총선 때는 수도권 표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예산 같은 부분에 대해선 서울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호남 예산 폭탄’을 공약으로 내걸며 지난 7·30 보궐선거 때 승리했던 전남 순천·곡성의 이정현 의원을 소위 위원에서 배제시킨 데 대한 여진도 계속됐다.

하지만 당 지도부도 할 말은 없는 것은 아니다. 한 지도부 인사는 “서울은 상대적으로 재정자립도가 높고 인프라도 좋다”면서 “영남의 경우 아직도 낙후된 지역이 많아 소위 인선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