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부터 사흘간 치러지는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를 앞두고 단독 출마한 후보의 자질 논란이 일고 있다. 심지어 총학생회 선거운동 벽보를 벗겨 내거나 후보 사진을 훼손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어른들의 정치판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최근 교내 게시판 곳곳에 “총학생회 후보로 나선 물리천문학부 주무열(04학번)씨가 올해 관악동아리연합회장을 지내면서 동아리 회원들을 ‘사찰’했다”는 벽보가 나붙었다. 이 벽보에는 지난달 2일 학생회관에서 가스누출 의심 신고가 들어왔을 때 주 후보가 “가스누출 사고로 긴급하게 동아리 방을 열어야 하니 비밀번호를 알려 달라”면서 회원들에게 일일이 문자 메시지를 보내 현재 회원인지 물어봤다고 적혀있다.
주 후보는 지난 6월 학내 동아리의 허위명단 방지를 이유로 각 동아리에 전화번호를 포함한 회원 명부를 요구해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및 침해 논란을 일으킨 적 있다. 당시에는 반대하는 동아리는 회원 명부를 제출하지 않기로 하면서 일단락 됐었다.
‘사찰’ 의혹을 제기하는 벽보를 붙인 동아리는 “주 후보가 속한 동연(관악동아리연합)이 지난 학기 회의석상에서 사진 촬영을 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당시 찬반투표를 할 때마다 대표들 얼굴이 나오도록 해 누가 찬성하고 반대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어 “동아리들이 이의를 제기했지만 ‘정확한 집계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전했다.
뒷말이 무성해지면서 중앙도서관 통로에 부착된 주 후보의 선거 포스터가 훼손된 일도 발생했다. 사진의 머리와 상의 부분이 일부 뜯겨 나갔다. 인문대 통로에 부착된 포스터는 절반정도 벗겨져있었다.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누군가 중앙도서관 선거 벽보 앞에서 사진을 찢는 모습을 봤다”는 목격담도 올라오고 있다.
사건이 커지자 주 후보는 학생회관 게시판에 해명 벽보를 붙이며 적극 대응했다. 주 후보는 “가스누출 사고 당시 동아리 방안에 누군가 쓰러져 있는지 파악하고 건물 전체를 환기할 필요가 있었다”면서 “당시 상황이 급박하고 모두 경황이 없는 도중에 일어난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사찰’도 아니거니와 사찰을 통해 얻는 이득도 없다”며 “무엇을 주장하는지 알겠으나 근거도 비약하고 사찰이라는 표현이 불쾌하다”고 강조했다.
임지훈 기자 zeitgeist@kmib.co.kr
서울대 총학선거 ‘사찰’ 논란 등 진흙탕… 선거벽보 훼손도
입력 2014-11-16 1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