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사는 히스패닉(중남미 이주민·후손) 공동체와 남미에서 가톨릭 신자가 급감했다. 이들의 대부분은 개신교로 옮겼다.
여론조사기관인 퓨 리서치가 최근 중남미 지역 19개국을 대상으로 종교적 친밀성과 신념을 조사한 결과 이들 가운데 69%가 가톨릭 신자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1960년대 90%에서 크게 줄어든 수치다. 대신 스스로를 개신교 신자라고 답한 비율은 19%로 늘었다.
히스패닉의 뿌리인 중남미 대륙은 전 세계 가톨릭 신자 4억2500만 명의 40%가 거주하는 가톨릭의 주요 기반이다.
미국 내 히스패닉의 이동도 두드러졌다.
퓨 리서치 조사결과 약 5410만명으로 추산되는 미국 히스패닉 중 성인의 77%가 가톨릭 가정에서 성장했다고 답했으나 여전히 가톨릭을 믿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55%에 불과했다.
가톨릭 신앙을 버린 이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개신교로 옮겨 간 것으로 파악됐다. 개신교 교회에 다니는 미국 히스패닉의 수는 약 1190만 명에 달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배출한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 멕시코, 콜롬비아 등 9개국에서는 국민의 70% 이상이 가톨릭 신자일 정도로 여전히 가톨릭의 위세가 강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나머지 10개 나라에서는 가톨릭 점유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과테말라와 니카라과에서의 개신교 신자의 비율은 40∼41%에 달했다.
중남미 개신교의 보수적 성격도 종교 이동의 또 다른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에서 가톨릭은 낙태·동성애·피임·혼외정사·결혼·알코올 등에 반대하는 이들의 비율이 개신교보다 낮다.
또 치유, 방언, 하나님으로부터의 직접 계시 등의 특징을 가진 오순절(순복음) 계통의 예배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곳 개신교인들의 3분의2가 오순절 계통에 속해 있었다.
퓨 리서치는 “사제를 거치지 않고 신과 직접 교류하기 위해, 개신교 교회에서 새로운 스타일의 예배를 즐기거나, 더 도덕적인 삶을 추구하기 위해 많은 남미 대륙 주민들이 가톨릭을 떠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는 가톨릭 교세가 약화된 나라에서 최근 낙태·마리화나 합법화, 동성결혼 등 진보적인 정책을 채택하거나, 채택을 위한 치열한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는 몇 세대 전만 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전재우 선임기자 jwjeon@kmib.co.kr
남미·미국 내 히스패닉, 가톨릭 신자 급감·개신교 성장
입력 2014-11-16 13:47 수정 2014-11-16 1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