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영유권 분쟁 중인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국방 핫라인 구축을 제안하면서 경제 원조 확대도 약속했다. 영토 주권에는 양보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적극적인 외교 공세로 환심을 사겠다는 ‘당근과 채찍’ 전략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4일 리커창 중국 총리가 전날 미얀마 네피도에서 열린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내년 아세안 회원국이 모두 참여하는 비공식 국방장관 회담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리 총리는 “회의에서는 중국과 아세안 국가 간의 국방 핫라인 구축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영토)주권과 관련해선 분명한 입장이지만 동시에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밍량 지난대 교수는 “국방 핫라인 구축은 태국과 필리핀 등과 군사적 협력 관계인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리 총리는 이와 함께 동남아 국가들과 ‘선린 우호조약’을 체결하고 싶다는 뜻을 거듭 강조하고 이 지역 기간산업 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200억 달러(약 22조원)의 차관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금전 외교’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중국은 지난 8일 실크로드기금에 4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데 이어 13일엔 해상실크로드 은행 설립에 50억 위안(약 90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금전 외교는 실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5월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군도) 해역에 석유시추장비를 설치하면서 베트남과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베트남 정부는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제안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여하기로 했다. 동남아 국가들로선 중국의 역내 지배력을 인정하는 대신 경제적 혜택을 받는 것이, 아무런 경제적 보장 없이 미국 편에 서서 중국과 대립하는 것보다 낫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니 글레이저 선임 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중국의 이익에 맞춰 행동하려는 국가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중국, 영유권 분쟁 상대 동남아국가들에 ‘당근과 채찍 외교’
입력 2014-11-14 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