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물결은 넘실넘실, 나무 그늘은 산들산들(水波蕩?,樹影婆娑).’
신화통신은 11일 저녁 중난하이(中南海) 풍경을 이 같이 묘사했다. 이곳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파격적인 비공식 회담을 가졌다. 중난하이는 명나라 때 자금성이 건립될 당시 인근에 조성된 황실 정원이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래 국가주석 등 전·현직 지도부의 처소 겸 집무실로 쓰였다.
두 정상은 인근에 위치한 국빈관 댜오위타이(釣魚臺)의 작은 섬 ‘잉타이(瀛台)’와 그 안에 있는 전각 함원전(涵元殿) 등을 둘러봤다. 잉타이의 다리 난간에 기대 전각과 정자를 보며 대화를 나눴다. 시 주석은 잉타이의 역사를 소개하며 “중국 근대사를 이해해야 오늘날 중국 인민의 이상(理想)과 앞날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함원전에서 열린 양자회담에서도 역사 이야기를 했다. 그는 “오늘의 중국을 이해하고 내일의 중국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중국의 과거와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며 “현재 중국인의 사유, 중국정부의 국가통치정책에는 중국의 전통문화 유전자가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신화통신이 공개한 회담 내용만 놓고 보면 시 주석이 시종일관 대화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자신의 의견을 길게 피력하면 오바마 대통령이 다소 수세적으로 화답하는 식이다.
시 주석은 현재 추진 중인 ‘전면 심화개혁’과 ‘의법치국(依法治國·법에 따른 통치)’, ‘집권당(공산당) 건설’ 등을 언급하며 “중국은 이미 국가상황에 부합하는 발전의 길을 찾았다. 그것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길”이라고 말했다.
양국의 외교·안보 갈등에 대해서 “중국인민은 예로부터 국가독립, 통일, 존엄을 소중하게 여겨왔다. 중국은 반드시 민의를 따르며 국가 주권·안보·영토를 보존하고 민족 단결과 사회 안정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동중국해,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티베트·신장(新疆) 지역에서의 분리운동,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 등에서 미국이 중국의 반대편에 서 있는 상황을 겨냥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 정부와 지도부의 통치 이념을 잘 이해했다”며 “중국인민이 왜 국가통일과 안정을 중시하는지 한층 더 잘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의 개혁개방을 지지하며 중국을 억누르거나 포위할 의도가 없다. 그것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언론은 두 정상의 이번 만남에 대해 “솔직하고 깊이 있는 대화가 오갔다”고 평가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중미 정상 비공식 회담에서 무슨 이야기 오갔나
입력 2014-11-12 1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