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나침반] 당뇨병 환자라면, 혈당관리는 물론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 힘써야

입력 2014-11-12 08:08

11월 14일은 세계 당뇨병의 날

삶 속에는 다양한 질환들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최초로 UN이 결의안을 채택해, 질환의 예방 및 관리, 치료를 위해 국가적 정책 시행을 촉구한 질환이 있다. 바로 ‘당뇨병’이다. 물론 국제당뇨연맹(IDF)과 세계보건기구(WHO)와 같은 국제기구들은 일찍부터 당뇨병의 적극적인 관리를 촉구하고자 ‘세계 당뇨병의 날’을 제정, 다양한 활동을 진행한 바 있으나 UN이 직접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전 세계 당뇨병 환자의 수는 약 3억82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국제당뇨연맹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당뇨병 환자의 추세로 미루어보아 2035년에는 55%가 더 늘어난 5억920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밝혀 여전히 전 세계적인 노력과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당뇨병은 전 세계인의 사망원인 8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인의 5대 사망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전체 당뇨병 환자의 90~95%가 제2형 당뇨병을 앓고 있다. 2013년도 대한당뇨병학회 자료에 의하면 당뇨병 환자에서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이 축적되는 ‘이상지질혈증’ 동반율이 무려 79.6%에 이른다고 발표 하였고, 이는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의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도가 굉장히 높음을 시사하는 중요 근거 자료다. 제2형 당뇨병은 특정 유전자에 의해서 발병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이 고열량, 고지방 등의 서구화된 식생활, 운동부족, 스트레스 등 환경적인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50년 사이 세계에서 가장 급격하게 식단 변화를 겪은 나라로, 서구화된 식습관이 당뇨병 환자 증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실제로 지난 10월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세계 식량의 날’을 맞이해 발표한 전 세계의 영양섭취량을 보면, 한국은 50년 전에 비해 곡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82%에서 43%로 거의 절반 가까이 줄어든 반면, 육류의 비중은 2%에서 12%로 무려 6배가 증가했다. 또한 당류와 식물성 기름은 4%에서 26%로 6.5배나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전 세계인들의 평균(육류 9%, 당류 및 식물성 기름 20%)을 웃도는 것으로, 한국인들의 건강 적신호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당뇨병은 한 번 발병하면 평생 동안 관리와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질환 자체의 심각성보다는 합병증 유발이 더 큰 문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전체 당뇨병 환자의 50% 이상이 당뇨합병증으로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뇌혈관 관련 질환은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라면, 혈관 관리의 기초가 되는 혈액 내 콜레스테롤 수치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혈관을 녹슬게 하는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콜레스테롤 수치에 대한 관심과 관리가 필요한데, 실제로 당뇨병 환자가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하는 확률은 당뇨병이 없는 사람에 비해 남자의 경우 2~3배, 여자의 경우에는 3~5배가 높다. 당뇨병 환자의 사망원인 중 70%가 심혈관계 질환인 점을 감안하면 당뇨병의 궁극적인 치료목표는 ‘심뇌혈관 합병증 예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뇨병 환자들의 LDL-콜레스테롤 관리를 위해서는 먼저 올바른 식습관이 필요하며, 나아가 꾸준한 운동과 정기적인 검진 등이 기본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여기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을 경우, 필요에 따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데 가장 효과적으로 꼽히는 약물인 스타틴 제제 중에서도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계 질환 감소에 효능이 입증된 약물을 처방 받는 것이 좋다.

스타틴 계열의 대표적인 약물인 리피토(성분명 아토르바스타틴)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의 주요 심혈관계 질환 발생을 37%, 뇌졸중 발생 위험을 48%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해 한국인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는 환자의 93%가 LDL-콜레스테롤 치료 목표 수치에 도달한 좋은 결과를 보여, 한국인에게도 효과적인 약물임을 입증했다.

당뇨병은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하는 위험인자로, 적극적인 관리와 예방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번 ‘세계 당뇨병의 날’을 맞아 당뇨병 환자들은 심혈관계 질환 등과 같은 당뇨합병증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고, 혈당 조절과 함께 합병증 발생의 중요 인자인 LDL-콜레스테롤에 대한 꾸준한 관리를 꼭 실천하길 바란다.

윤영길내과 윤태승 원장(내분비 대사 분과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