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승의 배상문과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2승의 김승혁은 28세 동갑나기 친구다. 하지만 그들의 골프인생은 너무나도 상반된 길을 걸어왔다. 둘은 2005년 KPGA 무대에 함께 뛰어들었지만 배상문은 국내와 일본 상금왕을 거친 뒤 미국무대마저 우승하며 승승장구했다. 최근에는 PGA투어 2014-2015 시즌 개막전인 프라이스닷컴에서 우승하며 기염을 토했다.
반면 김승혁은 프로 데뷔한 뒤 슬럼프에 빠져들었다. 친구 배상문의 활약을 먼발치에서 지켜보며 나약해진 자신을 자책했다.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스스로에 화를 냈고, 감정이 컨트롤 되지 않아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그가 택한 것은 해병대 자원입대였다. 정신적으로 좀더 강한 선수가 되고 싶어 2008년 해병대에 입대 2010년 제대했다. 정신적으로 강해졌지만 여전히 자신의 샷을 믿지 못했다. 인고의 세월을 보낸 뒤 마침내 올해 SK텔레콤에서 그는 프로데뷔 9년만에 첫 우승컵을 안았다. 이어 내셔널타이틀이 걸린 한국오픈마저 우승하며 상금선두로 뛰어올랐다.
이들은 6일 인천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개막된 KPGA투어 신한동해오픈 첫날 같은 조에서 경기를 했다. 디펜딩 챔피언 배상문과 상금 선두 김승혁이 한 조에 묶인 것이다. 이들은 2006년 이후 8년 만에 처음 같은 조에서 경기를 했다고 어렴풋이 기억해냈다.
배상문은 “승혁이가 드라이버와 아이언샷, 퍼팅 등 못치는 것이 없었다. 한국투어 상금 선두가 그저 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마지막 라운드까지 함께 치며 우승을 다퉜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승혁은 이날 4언더파를 기록,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4위로 첫날 경기를 마쳤다. 배상문은 3언더파로 공동 8위.
김승혁은 “상문이와 서로 격려해주며 편안한 경기를 했다”면서 “위기에서 침착하게 탈출하는 상문이의 평정심을 본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천=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
미국 2승 배상문, 한국 2승 김승혁의 ‘우정의 샷’
입력 2014-11-06 1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