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48세를 채우지 못하고 세상을 뜬 정조는 당시 기준으로 봤을 때 상당히 장수한 편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황상익 서울대 의대 교수는 최근 다산연구소의 다산포럼에 쓴 칼럼 ‘정조의 수명이 짧았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정조는 오히려 당시 형편으로는 상당히 장수한 편에 속한다”고 평가했다.
황 교수에 따르면 정조는 1752년 10월28일(음력 9월22일)에 태어나 1800년 8월18일(음력 6월28일)에 세상을 떠났다. 만 48세도 채우지 못했다. 하지만 조선 국왕 27명의 숨진 나이는 평균 46.1세다. 왕위에서 쫓겨나 16세에 숙부 세조에게 살해당해 천명을 누리지 못한 단종을 빼면 47.3세다. 정조는 평균 정도 산 셈이다.
생몰연대를 알 수 있는 왕자(대군/군)와 왕녀(공주/옹주)의 수명은 평균 30세 정도이다. 피살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제외한 수치이다. 성별로는 왕자(97명)는 31세, 왕녀(86명)는 28세 정도다. 조선의 국왕들이 다른 왕자들보다 16년 정도 더 살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조의 통치기간도 다른 국왕과 비교해 절대 짧지 않았다. 정조가 국왕으로 재위한 기간은 1776년부터 1800년까지 24년이다. 조선시대(1392~1910년) 국왕 27명의 평균 재위기간 19.2년보다 5년가량 오래 통치했다.
조선시대 일반 백성이 얼마만큼 살았는지 알려주는 자료는 거의 없다. 다른 나라의 자료와 연구결과로 어림짐작할 수밖에 없다. 황 교수는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의 자료와 연구를 종합해보면 조선시대 사람의 수명은 기껏 30세 또는 그 이하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조선시대에 50세까지 사는 남성은 약 20%에 불과했을 것으로 황 교수는 봤다. 이처럼 평균수명이 짧았던 가장 큰 이유로 황 교수는 근대화 이전 인류의 영유아사망률이 엄청나게 높았던 점을 꼽았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정조, 조선시대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장수한 셈
입력 2014-11-01 1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