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기 작가 11월 14일까지 표갤러리사우스 개인전 'talk&family' 현대인의 뒷모습 통해 고독과 소통 표현

입력 2014-10-31 11:17
홍익대 대학원에서 미술학 박사를 받은 화가 정종기(홍익대 미술대학 회화과 겸임교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주로 화면에 그려낸다. 이를 통해 소외된 현대인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개인적이고 닫힌 세계에 사는 현대인의 얼굴을 뒷모습으로 드러내는 그림들이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은 소외와 고독의 감정을 고조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익명의 도시인 삶의 모습을 화면에 재구성해 현실 속에 감추어진 사람들의 일상을 표현하고, 개인의 존재가치와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따뜻한 색감의 화면과 달리 현대인들의 공허함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그의 개인전이 ‘talk&family’(토크&패밀리)라는 타이틀로 11월 14일까지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네이처포엠빌딩 표갤러리 사우스(02-511-5295)에서 열린다.

전시장에는 20여점의 신작 회화를 내걸었다. 작가는 2004년 ‘그들만의 언어’로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하면서 화단에 이름을 알렸다. 두 청소년이 바닥에 무언가를 끄적이는 모습을 그린 작품은 입시에 내몰려 꿈을 잃어버린 청소년을 모델로 했다. 인물의 그림자는 공부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의 현실을 대변했던 작품이었다.

이후 작가는 소외된 현대인들을 주제로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그의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무언가 걱정에 사로잡혀 있거나 외부세계와 고립되어 있는 모습이다. 대화나 소통은 찾아보기 어렵고 각자 고립된 섬처럼 존재하는 것이다. 깊은 어둠 속에 갇혀 혼자 고독을 움켜잡고 침묵하는 모습은 타인 또는 사회와의 관계단절을 뜻한다.

우두커니 무언가를 응시하는 인물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멀뚱멀뚱 먼 산을 쳐다볼 때처럼 심정이 착잡하다는 것을 얘기하는 것일까. 이번 개인전에서도 같은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다만 인물들이 ‘익명의 대중’에서 ‘가족’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새롭다. 나란히 거리를 걷고 있는 모녀, 보채는 아이를 달래는 엄마, 아빠는 아이를 안고 엄마는 두 손으로 햇살을 가리는 장면, 유모차의 아이를 보살피는 여인 등이 등장한다.

인물과 동작은 각각 다르지만 서로 정답게 이야기하는 모습은 없다. 단절된 대화가 가족에까지 파고들었다는 얘기다. 작가는 서로의 속마음을 나누지 못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집착하면서 소통되지 못하는 가족관계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등장인물은 예쁜 머리핀과 머플러, 가방, 귀걸이 등을 하고 있으며 우아하고 근사하게 꾸며져 있다.

이런 이미지들은 고독한 현대인의 기표를 상징하는 것으로 그 이면에는 현대인의 흔들리는 가치관 같은 게 포장돼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바탕의 색깔들은 어둡고 칙칙하지 않고 영롱하고 어떤 기다림에 부풀어 있다. 이는 답답하고 괴로운 현실 또한 지나갈 것이라는 희망을 읽어낼 수 있는 이미지가 아닐까 싶다.

서성록 미술평론가는 “작가는 심각한 관계단절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지만 해법을 제시하지 않은 채 단순히 문제를 노출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단절과 소외에 의해 마비된 사회에서 벗어나는 길은 새로운 창조력을 체험하려는 적극적인 삶의 실험의지에 달려 있는 셈이다. 이는 사랑스러운 가족관계의 회복에 대한 희구로 요약된다”고 평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