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한국인 여교수가 英 명문대와 외로운 법정투쟁… 대체 왜?

입력 2014-10-31 09:46
사진=국민일보DB

“대학이 나에게 한 부당행위는 정신적 고문이나 다름 없다. 정당한 판결이 나올 때까지 계속 싸우겠다”

국제 물리학계서 이름을 날린 한국인 여교수가 영국의 명문대학을 상대로 혈혈단신 외로운 법정싸움을 벌이고 있어 주목된다.

연합뉴스 31일 보도에 따르면 영국 최고 명문중의 하나로 꼽히는 임페리얼 대학을 상대로 소송전을 하고 있는 주인공은 미국 아이비리그 다트머스대학 교수 출신인 소영아(49) 교수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서 미국 코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소 교수는 다트머스대학 물리학과에서 6년간 교수로 재직한 재원.

소 교수가 이같은 싸움을 하게 된 이유는 동양인 여성 교수에 대한 차별과 대학의 비리를 들춘 데 따른 보복으로 학교 측이 자신을 해고했다는 것.

영국 법원에 제출된 소송자료를 토대로 한 소 교수와 임페리얼대학의 악연(?)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 교수가 처음 다트머스대학을 떠나기로 결심한 것은 영국 대학의 교수로 초빙된 남편과 함께 하기 위해서였다.

재료공학과 교수로 부임한 소 교수는 대학으로부터 약속됐던 연구공간을 받지 못하자 곧바로 2년간 휴직하면서 갈등은 시작됐다.

문제는 휴직을 마치고 복귀한 첫 학기부터 불거졌다. 때마침 소 교수를 초빙했던 교수가 학과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상황은 꼬이기 시작했고 소 교수의 강의를 들은 학생 가운데 다수가 과정시험에서 '0점'을 받은 것이 직접적인 발단이 됐다.

국제적 명성과는 달리 쉬운 시험에 길들여진 학생들이 소 교수의 강의를 따라오지 못한 결과였는데도 대학 측은 이를 핑계삼아 소 교수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한 것이다.

다음 학기 상황도 달라지지 않았다. 소 교수는 시험수준에는 문제가 없으니 낮추지 말라는 학과장의 지시를 따라야 했지만 결과는 또 한 번의 징계위 회부였다. 또한 동료 교수진이 사전에 소 교수의 출제수준이 박사급 수준이라는 의견을 제기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소 교수는 이런 정보를 차단당했던 것.

이에 소 교수는 수준 낮은 강의로 고학점만 남발하는 대학 분위기에 문제를 제기하며 맞섰고 학생들도 잘 가르치는 소 교수에게 징계는 부당하다는 탄원서를 제출하며 힘을 보탰다.

그러자 대학 측은 징계위원회 소명 과정에서 소 교수가 시험문제를 사전에 학생들에게 알려준 다른 교수의 강의행태 등 학내 부조리를 언급한 점을 트집잡아 동료 교수를 비방한 혐의를 내세웠다.

결국 대학은 두 차례 조사위원회를 열고 소 교수에게 동료 교수를 비방한 혐의를 씌워 해임하고 말았다. 복직 2년 만이었다.

소 교수는 혈혈단신 영국 법원에 대학 측의 부당해고와 차별, 내부고발자 탄압 등을 사유로 소송에 나섰고 그 결과 지난 3월 1심 법원에서 부당해고에 대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영국왕실 변호를 맡는 초대형 법무법인과의 법정싸움에서 이긴 값비싼 ‘승리’였지만 차별과 내부고발자 억압 사유는 인정되지 않아 승소는 했어도 소액의 급여 보상 가능성이 생긴 것 외에는 달라진 것은 없었다. 영국 고용법상 부당해고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복직이 보장되지는 않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소 교수는 복직을 위해 상급 소송으로 끝까지 맞서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으며 영국 법원도 최근 소 교수의 항소요청을 받아들여 2심 절차를 승인했다. 소 교수는 내달 1심 승소에 따른 법원 보상심사를 앞두고 있으며, 이 절차가 끝나는 대로 2심 소송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대학 측은 계속 소송에 나서면 천문학적인 변호사 비용까지 물게 될 것이라며 소 교수에게 소송 취하를 압박하고 있는 상태.

이런 사정을 전해 들은 미국 주요 명문대 교수들도 소 교수 지원에 팔을 걷고 나서 소송의 파장은 국제 물리학계로 확산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신태철 기자 tc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