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살해 사모님 주치의 벌금형으로 감형

입력 2014-10-30 20:32
여대생 청부살해 사건 주범인 윤길자(69·여)씨에게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 준 혐의로 기소된 박모(55) 세브란스병원 교수가 항소심에서 벌금형으로 대폭 감형 받았다. 현행 의료법상 금고형 이상의 형이 확정돼야 의사면허가 취소되기 때문에 박 교수는 의사면허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용빈)는 30일 의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 교수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150억원대 횡령 혐의를 받은 윤씨의 남편 류원기(67) 영남제분 회장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됐다. 앞서 1심은 이들에게 각각 징역 8월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교수가 2건의 허위 진단서를 작성했다고 본 원심을 뒤집고, 1건에 대해서만 허위라고 판단했다. 윤씨의 병명 등은 사실에 부합하지만 ‘수감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는 부분이 허위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다만 윤씨가 형 집행정지를 받은 책임을 모두 박 교수에게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윤씨에 대한 비정상적인 형 집행정지 결정을 한 검찰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취지다. 류 회장은 76억여원에 대한 횡령·배임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형사 원칙상 윤씨의 남편이라고 해서 무조건 중형을 선고할 수는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윤씨는 지난 2002년 여대생 하모씨가 자신의 사위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고 의심하고 하씨를 청부살해했다. 윤씨는 2004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2007~2013년 수차례 형 집행정지 결정 등을 받으며 수감 생활을 피했다. 박 교수는 윤씨의 형 집행정지를 위해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 주고 류 회장으로부터 1만 달러를 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해 9월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이들이 돈을 주고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처럼 무죄로 판단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