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수입 브랜드 핸드백과 옷으로 치장한 에이씨. 겉은 번지르르 하지만 그의 고가 핸드백 안에는 ‘대출금을 갚으라’는 독촉장이 가득하다. 에이씨, 그의 또 다른 이름은 ‘된장녀’다. 에이씨 친구 니은씨. 세일 매장에서 싸게 구입한 국산 브랜드 가방에 동대문 시장에서 발품을 팔아 고른 옷을 입은 니은씨. 하지만 그의 가방에는 적금과 예금 통장이 열두 개나 들어 있다. 그는 똑똑한 소비를 하는 간장녀다.
된장녀가 명품 등으로 자신을 과시하는 소비행태를 보였다면 간장녀는 합리적이며 실속 있는 소비를 가치 있게 여긴다. 무작정 돈을 쓰지 않는 짠순이와 달리 간장녀는 자기 과시보다 실속을 중시하며 각종 정보력을 활용해 비슷한 제품이라도 품질과 가격 등을 꼼꼼히 비교, 분석해 소비를 한다. 이런 똑똑한 소비습관을 가진 간장녀들은 식품매장에서도 깐깐하게 상품을 고른다.
최근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착즙주스를 고를 때도 간장녀들은 사용된 과일 개수까지 챙긴다. 프리미엄 착즙주스 ‘플로리다 내추럴(Florida's Natural)’ 관계자는 “시중에 판매되는 착즙주스는 외관상으로 크기나 가격이 비슷해 보여도 실제로 주스를 착즙하는 데 사용된 생과일의 개수는 다른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놓는다.
‘오일풀링’을 위한 올리브오일을 고를 때도 간장녀들은 라벨부터 꼼꼼히 챙긴다. 최근 뜨고 있는 오일풀링은 압착된 식물성 오일을 입 안에 넣고 15~20분간 가글링 하다 뱉어내면 입 안의 독소가 빠져나온다는 건강법이다. 올리브오일은 제조 공정단계와 성분의 품질에 따라 여러 등급으로 구분된다. 최상 등급으로 취급되는 ‘엑스트라 버진’은 제조 과정에서 열을 가하지 않고 압착공정으로만 생산해 올리브 과육의 영양 성분을 그대로 함유하고 있다. 반면, 압착이나 정제 등의 여러 재가공 과정을 거쳐 생산된 올리브유의 상표에는 ‘올리브유’라고 적혀 있다. 따라서 최상의 올리브유를 구입하고 싶다면 제품 라벨에서 ‘버진’ 표기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또한, 어두운 색깔이어서 자외선이 침투되지 않는 병에 들어 있는 것이 안전하다.
과일잼 하나를 고를 때도 마찬가지. 간장녀들은 제품 뒷면에 부착된 성분표를 가장 먼저 확인한다. 식품성분표는 함량 높은 원료 순으로 적혀 있다. 원재료 중 과일이 가장 먼저 기재되어 있는 제품을 골라야 제대로 된 과일잼을 자녀들에게 먹일 수 있다. 성분표에 설탕부터 표기되어 있다면 설탕이 과일보다 더 많이 들어 있는 제품이다. 과실농축물(과일콘센트레이트)과 액상과당이 들어간 제품도 마찬가지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된장녀 지고 간장녀 뜬다…허세보다 짭짤한 삶을 산다
입력 2014-10-30 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