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에볼라 바이러스 연구할 전문 실험실 없다

입력 2014-10-29 11:36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여행객들이 열감지기를 통과하고 있다. 서영희 기자

국내에는 지구촌 주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를 다룰 전문 실험실이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암센터 기모란 교수는 “에볼라 바이러스는 가장 높은 단계인 생물안전 4등급(Bio-safety level 4, BL 4) 실험실에서만 다뤄야 하는 병원체인데 국내에는 그런 실험실이 전혀 없다”고 국내 학술지 ‘역학과 건강’ 최근호에 발표한 에볼라 관련 첫 논문에서 지적했다. 기 교수의 논문 제목은 ‘우리가 진정 두려운 것? 에볼라의 역학적 특징과 우리의 준비’다.

BL4 실험실은 별도 설계된 독립 건물로 짓도록 돼 있고, 샤워실이 반드시 필요하고, 방역복이 없으면 출입 할 수 없다. 빠르면 다음달에 충북 오송에 BL4 실험실 완공 예정이지만 주변에 격리 병상을 운영 중인 대형 병원이 없어 실효성이 의심스럽다고 기 교수는 의문을 제기했다. 뿐만 아니라 에볼라 환자 발생시 이 환자들을 다룰 전문 격리 병상도 사실상 전무하다.

기 교수는 “국내엔 국가 지정 격리병상 운영 병원 17곳이지만 인플루엔자(독감) 같은 호흡기 감염병을 가정해 만든 시설로, 에볼라처럼 혈액·체액 등으로 전파되는 경우를 고려해 환자가 격리된 곳에서 환자의 혈액ㆍ체액 등 모든 가검물을 검사할 수 있도록 설계된 병상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기 교수는 “에볼라를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겁나는 부분”이라면서 에볼라는 공기(air)가 아니라 에어로졸(aerosol)을 통해 옮겨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논문에서 “만약 에볼라 환자가 우리나라에 입국했다면? 그리고 그 환자가 열이 나서 병원을 찾아갔다면?”이라고 가정한 뒤 자문자답했다.

“에볼라는 증상이 나타난 뒤에 타인에게 감염된다. 입국 당시엔 고열ㆍ출혈 등 에볼라의 증상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므로 항공기 안이나 공항 등에서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확률은 거의 없다.”

에볼라 환자가 병원에서 검사를 받는 동안 여러 사람을 만났겠지만 병원의 의료진ㆍ행정 인력 등의 감염 확률도 매우 낮다고 기 교수는 밝혔다. 에볼라는 환자의 혈액·체액 등을 직접 만져야 옮겨지며 공기를 통한 호흡기 전파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환자가 증상이 심해져 출혈 상태로 병원에 갔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병원 응급실에서 환자의 혈액ㆍ체액에 노출된 의료인의 감염 위험성이 높다. 따라서 가족 중 에볼라 환자로 의심된다면 혈액과 체액에 접촉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원인 중 하나도 환자의 무분별한 접촉으로 나타났다.

기 교수는 “서아프리카 지역 주민들이 장례할 때 망자의 입에 입을 맞추는 등 신체 접촉만 피한다면 에볼라 감염자수를 지금보다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