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에볼라 환자가 우리나라에 입국했다면? 그리고 그 환자가 열이 나서 병원을 찾아갔다면?”
만약 우리나라에서 에볼라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인천공항을 통해 에볼라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수도권 중심부에 있는 호텔에 머무르게 되고, 그와 접촉한 시민들에게 퍼진 바이러스는 돌고 돌아 서울 찍고 대전, 대구 부산까지 삽시간에 퍼지게 되고, 전국민이 ‘에볼라 환자’가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 상상만 해도 끔찍하죠. 물론 이런 일이 발생할 확률은 적습니다. 에볼라는 공기(air)가 아니라 에어로졸(aerosol)을 통해 옮겨지기 때문입니다. 에볼라는 환자의 혈액과 체액 등을 직접 만져야 옮겨지며 공기를 통한 호흡기 전파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국내 학술지에 에볼라 관련 논문이 처음으로 발표됐습니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기모란 교수(예방의학)는 최근 ‘우리가 진정 두려운 것? 에볼라의 역학적 특징과 우리의 준비(What do we really fear? The epidemiological characteristics of Ebola and our preparedness)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는데요.
특별한 증상이 없는 에볼라 환자가 국내에 입국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의 논문에 따르면 에볼라는 증상이 나타난 뒤에 타인에게 감염된다고 합니다. 기 교수는 “입국 당시엔 고열·출혈 등 에볼라의 증상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므로 항공기 안이나 공항 등에서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확률은 거의 없다. 환자가 병원에서 검사를 받는 동안 여러 사람을 만났겠지만 병원의 의료진·행정 인력 등의 감염 확률도 매우 낮다”고 설명했습니다.
만약 환자가 증상이 심해져 출혈 상태로 병원에 갔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그때는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합니다. 환자의 간호나 이송을 위해 접촉한 환자 가족과 의료인 등의 감염 위험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병원 응급실에서 환자의 혈액과 체액에 노출된 의료인의 감염 위험성도 높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에볼라 환자를 직접 다뤄 본 의료진이 전무하다는 것이죠. 기 교수는 “에볼라가 두려운 진짜 이유는 실체를 잘 모른다는 것”이며 “국내에 에볼라 환자를 직접 다뤄본 의료진이 전무한 것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에볼라 전문가가 별로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내에서 에볼라 환자가 발생했을 때 이 환자를 다룰 전문 격리 병상은 있을까요. 격리 병상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국내엔 국가 지정 격리병상을 운영하는 병원이 17곳 있지만 인플루엔자(독감) 같은 호흡기 감염병을 가정해 만든 시설입니다. 에볼라처럼 혈액 등으로 전파되는 경우를 고려해 환자가 격리된 곳에서 환자의 혈액·체액 등 모든 가검물을 검사할 수 있도록 설계된 병상은 아직 없습니다. 에볼라 환자의 가검물은 환자의 격리 병상 밖으로 절대 나가선 안 된다고 합니다. 국내 병원에선 격리 병상에서 채취한 에볼라 환자의 가검물을 외부로 보내 검사해야 하는 형편입니다.
국내에 에볼라 바이러스 전용 실험실도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가장 높은 단계인 생물안전 4등급(Bio-safety level 4, BL 4) 실험실에서만 다뤄야 하는 병원체입니다. 병원체가 외부로 유출될 경우 피해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BL4 실험실은 별도 설계된 독립 건물로 짓도록 돼 있습니다. 샤워실이 반드시 필요하고 방역복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습니다.
빠르면 내달엔 충북 오송에 BL4 실험실이 완공될 예정이지만 주변에 격리 병상을 운영 중인 대형 병원이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현 상황에선 이보다 낮은 단계인 BL3 실험실을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분간 이 실험실을 이용하되 최대한 실험자의 안전을 보장한 상태로 에볼라 바이러스를 다룰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에볼라 치료제와 예방백신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승인 하에 ‘ZMapp’이란 약이 에볼라 환자에게 투여됐지만 대량 생산이 힘들고 효과가 들쑥날쑥하다는 것이 약점이죠. 현재 ZMapp을 접종한 미국인 환자는 에볼라에서 벗어났지만 스페인 신부와 라이베리아 환자는 사망했습니다. 게다가 호주산 담배 잎을 유전자 변형시켜 만든 ZMapp은 이미 바닥났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전 세계로 급속하게 퍼져나가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철저한 ‘준비’가 시급합니다. 더불어 정부는 국민들에게 에볼라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알리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훈련 등도 속히 실시해야 합니다.
장윤형 기자
[쿡기자의 건강톡톡] 만약 한국에서 에볼라 환자가 발생한다면?
입력 2014-10-29 10:30 수정 2014-10-29 1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