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에서 나오는 제품은 출시 전에 모두 발라봅니다. 마스카라만 빼고요.”
중국 상하이 쟈딩구 마루쩐 ‘아모레퍼시픽 상하이 뷰티사업장’에서 지난 22일 만난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대표이사는 네일 락카를 칠하고 다녀 오해를 산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제품에 책임을 지기 위해 먼저 발라본다”는 그가 마스카라만 예외로 한 것은 바르기가 너무 어려워 포기했기 때문이란다. 한때 아모레퍼시픽에서 나오는 염모제로 브릿지도 넣고 다녔던 그의 머리는 이날 유난히 희끗희끗 했다. 2020년 원대한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을 상하이 뷰티사업장 준공 준비로 바빠서 염색을 하지 못한 듯하다. 1300억원을 투자해 완공한 아모레퍼시픽 상하이 뷰티사업장은 중국 생산·연구·물류의 통합 허브로서, 대지면적 9만2787㎡, 건축면적 4만1001㎡ 규모다.
서 회장은 “뷰티사업장에 현지 직원들에게 최고의 근무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문화적 체험제공 갤러리와 휴게시설, 옥상쉼터, 피트니스 등 복지공간을 마련했다”고 자랑했다. 그는 “우리 직원들이 만족해야 고객들의 만족도도 올라간다는 생각으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연간 1300t, 본품 기준 1억 개의 생산 능력을 보유한 이 사업장의 완공으로 7일 이상 걸리던 물류배송이 평균 3~4일이면 중국 전 지역 내 배송이 가능하게 됐다는 얘기는 나중에 덧붙였다.
1992년 중국 심양에서 사업을 시작한 서 회장은 그동안 어려웠던 일로 “서양기업이 아닌 아시아기업이기 때문에 고객을 설득하는 모든 과정이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한류 열풍 덕을 꽤 많이 보고 있을 텐데, 서 회장은 한류에 의지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한류가 도움은 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제품과 서비스입니다. 화장품은 재구매가 중요합니다. 광고나 한류 영향으로 샀다고 해도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것으로 끝이죠.”
아시안 뷰티를 강조하고 있는 서 회장은 “다른 글로벌 브랜드와 차별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시안뷰티를 뉴뷰티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녹차와 인삼, 제주도 등 우리의 자연을 주제로 이야기 하고 제품을 개발한다”고 말했다.
가장 아끼는 브랜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열손가락 깨물어서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다”면서도 “굳이 하나를 꼽으라면 선대 회장께서 만든 설화수”라고 밝혔다. 그는 설화수는 동양의 지혜를 바탕으로 서양과 완전히 다른 상품을 만들어보자고 해서 탄생한 것이 설화수라고 소개했다.
최근 일본에서 사명을 브랜드 명으로 쓴 ‘아모레퍼시픽’의 철수에 대해선 “일본 시장 분석을 잘못한 탓이지 제품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기자들 앞에 잘 나타나지 않는 서 회장에게 치솟고 있는 주가와 후계 구도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액면분할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한 그는 “아직 충분히 일할 수 있어 후계 구도 역시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 웃었다.
서 회장이 2020년 달성을 목표로 하는 원대한 기업의 구체적 내용은 매출 12조원, 이익률 15%, 글로벌 사업 비중 50%다.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매출은 3조9000억원이며, 해외 매출액은 5399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3.8%를 차지했다. 2014년 상반기 해외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 성장한 3827억원(20.2%)이다. 올해는 매출 4조원으로 예측되며, 이 중 해외 매출은 7000억원, 중국 매출은 4500억원으로 예상된다.
6년 남짓한 시간에 총매출은 3배, 해외매출은 9배 가까이 끌어올리겠다니 달성이 쉽지 않은 목표다. 서 회장의 복심은 우리 것의 세계화에 있다. “인간과 자연, 내면과 외면의 조화를 목표로 하는 아시안 뷰티가 세계 뷰티 시장을 이끄는 새로운 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굳게 믿고 있습니다. 서양과는 다른 우리의 브랜드로 세계 시장에서 우뚝 서는 원대한 기업이 되겠습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서경배 아모레 퍼시픽 회장, "우리 브랜드로 세계 시장에 우뚝 서고 싶다"
입력 2014-10-27 1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