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보씨의 점심…편의점 도시락

입력 2014-10-24 12:54

직장인 구보(30)씨는 요즘 점심시간에 편의점에 간다. 면도기나 휴지를 사기 위해서가 아니다. 점심을 먹기 위해서다. 그가 편의점에서 식사를 하기 시작한 지는 꽤 됐다. 맛있다고 소문난 집은 복잡하고, 그렇다고 손님이 적은 집은 구보씨도 싫다. 가끔 줄도 서고, 주문한 다음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려 먹고 나면 1시간인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가기 일쑤. 그리고 어쩌다 후배들과 어울리다보면 점심 값으로 한 달 용돈이 ‘훅’ 사라지기도 한다.

구보씨는 편의점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면서부터 점심시간이 여유로워졌다. 가을빛이 짙어지는 요즘은 커피 한 잔을 들고 가까운 공원에서 ‘가을의 낭만’을 즐기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도시락 값도 음식점보다는 싸서 구보씨의 지갑에도 여유가 생겼다.

구보씨 같은 이들이 의외로 많다. 편의점 CU(씨유)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최근 2년 동안 도시락 구매층을 분석한 결과, 2030 남성이 전체 도시락 구매 고객의 절반에 가까운 43%나 됐다. 편의점 전체 이용 고객 중 2030 남성 비중이 31% 수준임을 감안할 때 이들의 도시락 사랑은 유난하다.

CU가 지난 6월 한 달 동안 2030 남성 고객 1000명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결과 편의점 도시락을 이용하는 이유로 혼잡한 식당을 피해 여유로운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과 부담 없는 가격을 꼽았다.

황지선 CU 간편식품팀 MD는 24일 “보다 다양한 반찬과 도시락 양에 대한 개선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지난 9월부터 콤보 도시락 시리즈 4종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스팸구이&김치볶음밥’(3500원), ‘한입돈가스&소시지정식’(3000원) 등 콤보 도시락은 2030남성들이 선호하는 인기 반찬을 콤보 형태로 구성하고, 기존 도시락에 비해 중량을 25% 늘렸다. 이들은 나오자마자 2030 남성 고객들의 사랑을 독차지, CU 전체 도시락 판매 1~4위를 차지하고 있다. 10월에는 양이 많은 젊은 남성과 함께 도시락을 나누어 먹는 여성층을 위해 기존 비빔밥 대비 밥과 고명 등을 최대 2배 늘린 ‘It's Big 양푼비빔밥’ (4900원)도 선보였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