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수 제한 풀어 보장성 강화했지만, 환자 안전 논란 소지 있어
오는 12월 1일부터 심장스텐트 개수 제한이 폐지되고, 중증 관상동맥질환의 스텐트 시술 시 순환기내과와 흉부외과 전문의의 협진을 의무화한 요양급여 기준 개정안과 관련해 심장내과학회와 심혈관중재학회 등이 반대 입장을 밝히며 논란이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계획’에 따라 평생 3개만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 왔던 심장스텐트 개수 제한을 폐지하고, 스텐트 시술 시 순환기내과와 흉부외과 전문의의 협진을 의무화한 요양급여 기준 개정안을 고시했다.
개정안에는 경피적관상동맥 스텐트 삽입술을 하는 경우 기존 적용 대상 이외에 중증 관상동맥질환 중 ‘보호되지 않은 좌주관상동맥(Unprotected Left Main Coronary Artery)질환’과 ‘다혈관(multiple coronary artery, complex CAD)질환’의 경우 심장통합진료(Heart care team approach)로 치료방침을 결정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혈역학적으로 불안정한 응급 상황인 경우에는 심장통합진료를 거치지 않더라도 사례별로 인정된다.
일반적으로 스텐트는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혀 있는 경우에 해당 관상동맥에 심는 치료재료로, 스테인레스 스틸이나 합금 등으로 만들어지며 혈관을 넓혀 막힌 결관을 뚫는 역할을 한다.
개정안 발표 당시 복지부는 “개수제한이 폐지됨에 따라 심장스텐트를 4개 이상 시술받는 환자의 4번째 스텐트부터 개당 환자 부담이 기존 190만원에서 10만원으로 약 180만원 절감된다. 연간 약 3000명의 환자가 혜택을 보고, 연간 추가 소요되는 보험재정은 약 74억원 정도”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순환기내과 전문가 학술단체인 대한심장학회와 대한심혈관중재학회 등은 불필요한 강제 규정으로 인해 환자들에게 이득이 되기보다 환자의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전동운 대한심혈관중재학회 보험이사는 “기본적으로 그동안의 의료보험급여 허가사항인 평생 3개의 스텐트 사용 개수 제한은 전혀 임상적 근거가 없다. 단지 건강보험 재정의 문제로 인한 불필요하고 인위적인 규정이었다. 이러한 과도한 규제 조항은 철폐되는 것이 마땅하다”며 “스텐트 개수가 평생 3개만 시술받을 수 있다는 급여기준 자체가 학문적인 근거가 없다. 보험재정상의 필요에 의해 정부가 규제를 만들어 놓고 그 규제를 풀겠다면서 엉뚱하게 환자의 치료 자기결정권과 의사들의 진료선택권, 그리고 생명과 직결된 환자의 안전을 무시한 고시 개정안”이라고 평가했다.
환자안전과 직결된 문제
복지부가 제시한 심장통합진료는 순환기내과 전문의 1인과 관상동맥우회로술을 실시하는 흉부외과 전문의 1인으로 구성하고, ‘보호되지 않은 좌주관상동맥질환’과 ‘다혈관질환’에 대해 관상동맥조영술 후 심장통합진료를 통해 치료방침을 결정하도록 했다.
또한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PCI)만 실시가능한 요양기관은 인근 관상동맥우회로술이 가능한 요양기관과 의료협약(MOU)를 체결하고 심장통합진료를 운영해야 한다. 의료협약(MOU)이 가능 요양기관은 ▲90분 이내 응급 관상동맥 우회로술 실시 가능 요양기관 ▲자-192 대동맥내풍선펌프(IABP, Intraarotic balloon pump) 관련 장비 및 운용 인력 등을 보유한 요양기관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대한심장학회와 심혈관중재학회 측은 개수 제한을 풀겠다면서 오히려 더 위험한 규제를 만들었다고 평가하고, 심장통합진료를 강제규정을 한점, 응급상황에서 조차 협진(순환기내과, 흉부외과) 없이 스텐트 시술을 하면 사례별로 급여를 인정한다는 점 2가지가 가장 문제가 되는 독소조항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심장통합진료(Heart team approah)와 관련해 순환기내과 의료진들은 2010년 유럽 심장학회에서 치료 지침으로 언급된 내용으로, 강제적용이 아닌 권고사항일 뿐이라며, 이를 우리나라 정부가 왜곡 해석해 보험급여로 강제 규제한 것이라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전동운 이사는 “2010년 유럽에서 제정됐을 당시 강제적용이 아닌 규제사항이었는데, 당시 영국이 강제적용을 한 사례가 있었다. 그런데 스텐트 시술 환자가 치료결정이 지연되면서 사망하는 사례가 나오자 결국 유럽에서 심장통합진료에 대해 새로운 지침(가이드라인)을 올해 제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유럽 심장학회는 올해 심장통합진료(협진)와 관련 “의료기관별 프로토콜(Institutional protocol)에 따라 개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권고 사항을 제시했다. 즉 국가별, 의료기관별로 환자들을 최대한 빨리 치료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판단해 적용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심혈관중재학회 측 자료에 의하면 전국에서 스텐트를 시술하는 병원 수는 150여개이며, 이중 학회에서 스텐트 시술 인증을 받은 곳은 98개이다. 반면 인증이나 질관리 여부에 상관없이 1건이라고 관상동맥우회로술(개심 수술)을 시행하는 병원의 수는 72 곳이라는 것이다. 지난 2012년 주요수술통계에 의하면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 건수는 총 5만1539건, 관상동맥우회로술의 건수는 3308 건이다.
전 이사는 “의무적인 심장통합진료를 구성하려면 스텐트 시술을 받고자 하는 환자의 협진을 할 수 있는 흉부외과팀이 어느 정도 비슷한 수술실적, 인력과 규모를 갖춰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개별 병원에서 심장내과팀과 흉부외과 수술팀을 동등하게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개정안에서는 병원간 진료 협약(MOU)으로 통합진료를 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이 경우 환자는 본인이 다니는 병원에서 보험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마냥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아니면 동네에서 많이 떨어진 스텐트 시술과 관상동맥우회로술 모두 시행하는 큰 병원에 가야한다는 것이다. 결국 모든 중소병원에서 수술팀을 신설하지 않는 한, 이번 개정안은 대형병원에게 유리한 내용이라는 것이 순환기내과 관련 학회의 입장이다.
◇“논란의 본질은 환저안전”
이번 논란에 대해 순환기내과 관련 학회는 “복지부가 이견이 있으면 양 학회(순환기내과, 흉부외과)간에 의견을 조율해 중재안을 만들어 와야한다”고 답을 했다면서, 환자 진료권과 안전권 문제를 협상을 통해 중재안을 만드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심혈관중재학회외 심장학회 측은 “협진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이 고시가 갖고 있는 논리적 결함과 법적 문제성에 대해 이미 여러차례 학회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복지부가 이를 기각됐다. 한정된 재정으로 어쩔 수 없이 보험기준을 개정할 때 무엇보다 치료재료의 필요성과 효과, 과학적·논리적 증거 자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복지부가 서로 다른 진료영역간의 소위 ‘밥 그릇 싸움’으로 잘못된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순환기내과 전문의 들은 결국 고시 개정안이 불필요하게 제한을 받음으로써 실질적으로 환자 입장에서는 질병 치료의 보장성 강화가 현저히 약화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며, 절대 학회간의 영영 다툼으로 볼 사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하나 전동운 이사는 응급상황에서의 스텐트 시술시 사례별 인정 여부도 독소조항이라고 꼽았다. 응급으로 환자가 왔을 경우 통상적으로 90분 이내에 막힌 혈관을 뚫어줘야 하는데, 사례별로 하겠다는 규정 때문에 시술을 해야할지 수술을 해야할지 환자 치료에 지연을 겪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례별로 협진 여부에 따라 급여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임상에 근거한 구체적인 지침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환자를 살리기 위해 응급상황에서 스텐트 시술을 하고도 결국 규정에 어긋났다며 삭감을 당한다면 누가 시술을 할 수 있겠냐고 전 이사는 반문했다.
전동운 이사는 “자칫 정부가 몰아가는 방향처럼 순환기내과와 흉부외과 사이의 영역 싸움을 비춰질 수 있지만, 절대 그런 것이 아니다. 협진 자체를 반다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환자들의 안전이라는 측면, 일선 임상 현장의 상황을 반영한 정책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이라며 “정부도 형식적으로 전문가 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하지 말고, 제발 관련 학회의 의견에 귀를 열어 달라”고 당부했다.
송병기 기자
심장스텐트 개수 제한 폐지, 협진 의무화 논란
입력 2014-10-23 1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