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손상 하반신 마비 환자, 세포 이식 후 ‘벌떡’

입력 2014-10-21 13:37 수정 2014-10-21 13:46
폴란드 브로츠와프 의대 척추재활센터에서 재활훈련하고 있는 다렉 피디카(오른쪽). BBC 홈페이지

부상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사람이 신경지지세포 이식을 통해 다시 걸을 수 있게 됐다. 심각한 척수손상에서 회복된 첫 사례로, 신체마비 장애 치료에 돌파구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21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파웰 타바코프 박사가 이끄는 폴란드 브로츠와프 의대 의료진은 2010년 칼에 등을 찔려 하반신이 마비된 불가리아 남성 다렉 피디카(40)의 코에서 떼 낸 후각초성화세포(OEC)를 피디카의 척수에 이식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신경학연구소의 조프리 라이스먼 박사가 개발한 기술을 이용한 것이다.

OEC는 후각 시스템의 신경섬유가 계속해서 재생될 수 있는 경로 역할을 하는 세포다. 코의 신경세포는 계속해서 손상되고 재생되는데 이 과정에서 OEC가 신경 섬유가 다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길을 열어준다.

연구진은 이 점을 이용해 OEC가 척수에서도 손상된 신경섬유의 재생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피디카의 코에서 떼낸 OEC를 배양한 뒤 2주 후 칼에 찔린 척수의 상처 부위 위와 아래쪽에 주입했다. 손상된 척수 부위에는 8㎜의 간격이 있었지만 OEC를 이식한 뒤 양쪽에서 신경섬유가 자라면서 양쪽이 연결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시술 후 피디카는 양쪽 다리에 감각이 돌아와 보조기를 이용해 돌아다니고 운전을 포함해 사고 이전의 생활 대부분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라이스먼 박사는 “이 시술이 더욱 발전하면 현재 가망이 없는 척수손상 장애인들에게 돌파구가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자금이 더 모인다면 3∼5년 안에 폴란드에서 최소 3명의 환자에게 시술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와 시술은 니콜스 척수손상재단(NSIF)과 영국 줄기세포재단의 자금 지원으로 이뤄졌다.

NSIF는 2003년 자신의 아들이 사고로 마비된 요리사 데이비드 니콜스가 설립한 재단으로, 그동안 연구에 100만파운드(17억원)를, 이번 수술에는 24만파운드(약 4억800만원)를 각각 지원했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세포 이식’에 실렸으며 영국 BBC는 이날 피디카의 1년간 재활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을 방송한다.

남호철 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