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트렌드를 분석해 주는 톱시(Topsy)라는 검색 엔진이 있습니다. 아이폰 만드는 애플이 인수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글 트위터도 잘 잡아냅니다. 검색어 아르바이트 의혹이 꾸준한 국내 포털 보다는 조금 더 믿을 만 합니다.
톱시는 19일 오전 스스로 ‘사회복지하는 신부’라고 밝힌 한 사제(@baramjohn)의 트위터 글을 주목할 만한 한국어 톱 100 리스트 상위에 올렸습니다. 18일 오전 작성된 글인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탄차를 타지 않고 군중 속으로 가고 있을 때 누군가 던진 노란 손수건이 교황의 얼굴에 맞았지만, 수건을 받고 환하게 웃고 계십니다”라고 했습니다. 이어 “교황은 자신을 모독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사랑으로 받아들였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글에 첨부된 사진을 보면, 교황의 뒤편으로 사람들이 운집해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지난 8월 한국은 아닌 듯 합니다. 누군가 노란 손수건을 던졌고, 교황은 얼굴에 맞았습니다. 이 노란 수건을 왼손에 든 교황은 오른손 바닥을 하늘로 향하며 윗니를 환히 드러내고 웃습니다.
이 글은 19일 오후까지 400회 넘게 리트위트되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트위터는 각종 언어로 된 계정이 여러 개입니다. 유독 한국에서만 이 글이 주목을 받은 것은 노란 수건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상징하는 색깔이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불과 두달 전인 8월, 교황은 한국을 방문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게 마음을 담아 위로를 전했습니다. 한달을 넘긴 단식으로 광대뼈가 튀어나온 유민 아빠 김영오씨를 위로하기도 했습니다. 사진 속 노란 수건을 던진 이가 한국인인지 확인할 길을 없지만, 한국에서 이 글이 호응을 얻는 이유는 교황의 그때 그 위로 때문일 겁니다.
트위터 답글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한 트위터리안은 ““교황에 대한 모독이 도를 지나치고 있다”-이렇게 얘기하지 않았습니다”라며 “웃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인터넷 여론을 겨냥해 “모독이 도를 지나치고 있다”고 분개한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었습니다. 세월호 침몰 참사에서 눈물 어린 반성을 한 바로 그 박 대통령입니다. 또 세월호 침몰 당일 대통령 행적에 의문을 제기한 외신 기자와 언론 자유 침해국이란 오명에도 불구하고 검찰에서 다투고 있는 박 대통령이기도 합니다.
마침 ASEM 회의를 위해 이탈리아에 있던 박 대통령은 17일 바티칸에서 교황을 두 달 만에 재회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교황에게 “통일 한국에서 뵙기를 바란다”고 했고, 교황은 박 대통령에게 “동북아 평화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두 분이 세월호와 관련해 무슨 이야기를 더 나누었는지는 알 길은 없습니다. 그 두 달 사이 한국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해낸 것도 사실상 전무합니다. 특별법은 아직도 만들어 지지 않았고, 참사 당일 대통령이 7시간동안 어디 있었는지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치와 세계 종교를 대표하시는 수장들이시니 만큼 좀더 세월호 참사로 인한 갈등 해결에 관심을 기울여주시면 좋겠습니다. 같은 날 한국갤럽은 세월호 침몰 참사의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응답이 55%를 넘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국민들은 아직도 궁금해 하는 게 많습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친절한 트위터] 교황 프란치스코와 노란 손수건
입력 2014-10-19 1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