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 봉사는 셀프거든요?” 대통령 ‘에볼라 파견’ 말 한마디에 의료계 멘붕

입력 2014-10-17 15:03

“헐, 봉사는 셀프거든요? 왜 대통령이 가라마라 하세요?”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에볼라 발생국에 대한 국내 의료진 파견 발언으로 의료계가 혼란을 겪고 있다고 메디컬타임스가 17일 보도했습니다. 파견 당사자는 물론 국내 방역안전에도 치명적인 부작용이 나올 수 있는 문제인데 당사자들의 의사조차 묻지 않고 파견하겠다고 밝힌 것이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논란은 보건복지부가 이날 “에볼라 대응에 대한 국제적 공조 차원에서 서아프리카 현지에 보건의료 인력을 파견키로 결정했다”는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하면서 일었습니다.

메디컬타임스는 박 대통령이 16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제10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전체회의에서 밝힌 에볼라 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인도적 차원의 한국 보건인력 파견을 결정했다는 발표에 따른 후속조치로 복지부가 자료를 배포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복지부는 배포 자료에서 현지에서 활동하는 의료 인력의 감염사례가 많은 만큼 파견 의료진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철저한 교육 및 준비를 거쳐 파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매체는 복지부가 오는 20일 관계부처 회의를 거쳐 파견 규모와 일정, 장소 등 구체적인 사항을 결정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누가 가느냐입니다.

복지부는 민간 의료기관 의사와 간호사를 공개모집하는 등 자발적인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메디컬타임스는 그러나 안전장비를 착용해도 에볼라 바이러스의 감염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의료진의 자발적 참여는 미지수라고 분석했습니다. 한 의료단체 관계자는 “아직까지 복지부로부터 의료인력 파견에 대한 협조 요청을 받지 못했다”면서 “협조 요청이 오더라도 자원하는 의료진들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난색을 표했다고 매체는 전했습니다. 이어 복지부도 실행방안에 골몰하고는 있지만 강제로 동원할 수는 없는 만큼 의료계와 보건당국 모두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멘붕’ 상태라고 매체는 꼬집었습니다.

네티즌 반응이 곱지 않습니다.

“대통령과 복지부 장관 이하 담당 공무원이 가시면 됩니다.”

“먼저 당사자들에게 갈 의향부터 물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봉사는 셀프거든요? 왜 가라마라 하세요?”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