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이혼·피임 포용해야”… 가톨릭계 ‘혁명’ 일어나나

입력 2014-10-14 14:11
사진= 국내 한 대학의 동성애 행사 참가권유 포스터. 국민일보DB

엄격하기로 유명한 가톨릭 교회가 동성애와 이혼을 포용하는 ‘혁명적’ 입장 변화 가능성을 시사해 충격을 주고 있다.

14일(한국시간) AP,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의하면 지난 5일부터 바티칸에서 열리고 있은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가 공개한 12족 분량의 예비보고서(중간보고서)는 교회가 동성애자와 이혼자, 결혼하지 않은 커플은 물론 이들의 아이들도 환대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으로 보도했다.

기존 교리를 변경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동성애와 이혼, 피임 등 엄격히 금해온 사안에 폭넓게 문을 열겠다는 것이어서 19일 나올 최종 보고서에도 실릴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예비보고서는 핵심은 동성결혼을 허용하지 않는 기존 교리는 유지하되 동성애자에게도 은사(恩賜·gift)가 있으며 이들 사이에 희생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서로 돕는 사례가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교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세속적 결혼과 동거의 긍정적 면모를 이해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한편 이혼으로 상처를 입은 이들이 차별 없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피임에 대해서도 신자 상당수가 교회의 금지방침을 어기고 있다는 점을 감안, 유화적 입장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이번 회의의 핵심 사안 중 하나인 이혼 및 재혼 신자의 영성체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주교들의 의견이 갈렸다면서 분명한 입장을 취하지는 않았다.

AP는 “결혼과 이혼, 동성애, 피임과 같은 중대 사안들에 대한 이번 보고서의 어조는 거의 혁명적 수용”이라며 “동성애를 2000년간 죄악시해온 가톨릭에서 이같은 문제제기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평했다.

NYT는 격렬한 논쟁이 예상된다면서도 “가톨릭 교회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따라갈 수 있다는 첫 신호”라고 분석했다.

NYT에 따르면 주교들은 이번 보고서 내용을 논의한 뒤 19일까지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 10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두 번째 주교 시노드까지 논의는 계속되지만 최종 결정은 교황이 내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예비보고서가 공개되자 교계안팎에서는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지만 입장은 엇갈렸다.

미국의 최대 동성애 권리보호 단체인 휴먼라이츠캠페인(HRC)의 채드 그리핀 회장은 “가톨릭의 지진 같은 입장 변화이자 어둠 속의 광명”이라며 환영했다.

그러나, 가톨릭 내 보수파는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표적인 보수파 레이먼드 레오 버크 추기경은 “상당수 주교들이 (이번 보고서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신태철 기자 tc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