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이 본 한국] 쌍십절…北으로 날아가지도 못한 전단지들

입력 2014-10-10 16:07
ⓒAFPBBNews=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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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가을 하늘에 섬뜩한 대형 풍선들이 날아다닙니다. 10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 주차장에서는 북한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단체들이 대형 비닐 풍선을 또다시 날려 보냈습니다. 그런데 이날은 바람이 심해 일부 풍선이 다 날아가지 못하고 터져버렸습니다. 북으로 가야한다는데, 남의 통일전망대 주차장에 널브러진 전단지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AFP통신은 이날 이 풍선이 터지는 모습을 촬영해 전 세계에 송고했습니다. 10일은 북한의 최대 경축일 가운데 하나인 이른바 쌍십절(雙十節), 조선노동당 창건기념일입니다. 통신은 “북한의 원수, 김정은을 비난하는 전단지들이 국경을 넘고 있다”라며 “김정은의 의심스러운 부재 속에 평양은 기념행사를 가졌다”라고 캡션을 달았습니다.

아무리 세계적 통신사인 AFP라도 평양에 들어가 취재할 순 없으니, 대신 한반도에서 평양과 가장 가까운 파주에서 이 모습을 전한 겁니다. AFP는 평소 세계1위 스마트폰 보급률을 자랑하는 남한 사람들의 스마트폰 만지작거리는 모습을 자주 송고했는데, 북한 사람들에겐 종이쪽지를 보내는 이 모습 역시 신기했나 봅니다.

사실 국경을 넘으려면 삐라 말고 다른 수단도 많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디지털 퍼스트 시대인데, 언제까지 이런 보여주기 행사를 계속해야 할지 좀 안쓰럽습니다. 북한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으려했던 통일부는 이날 “대북전단 살포 문제는 해당 단체가 자율적으로 판단하여 추진할 사안”이라며 “정부는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해당 단체가 신중하고 현명하게 판단해 주기를 바란다는 입장”이라고 했습니다.

뭐 딱히 하지 말란 이야기는 아니란 뜻입니다. 파주 현장엔 국민의 세금으로 움직이는 경찰이 배치됐지만 이들의 행위를 그저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쓰레기는 같이 수거했는지도 궁금하군요.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북한의 당·군·정 2인자들이 대거 몰려와도 딱 사흘 만에 서해에서 기관포를 주고받는 남과 북. 둘 다 관계 개선엔 별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