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한 비대위원장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몸집처럼 선이 굵었다. 문 비대위원장은 6일 국회 새정치연합 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당 소속 의원이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께 가슴속 깊이 정중한 사과의 말씀을 올리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물의를 일으킨 당 소속 의원’은 세월호 유족을 돌보다 음주 후 대리기사와 시비가 붙어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여성 김현 의원이다. 5선 중진인 문 비대위원장은 초선인 김 의원과 상임위원회도 바꿔 주었다. 김 의원이 경찰을 다루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이어서 조사 받는데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문 비대위원장이 안행위로 가기로 했고, 대신 김 의원이 문 비대위원장의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맡기로 했다.
문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모두 발언을 통해 “김현 의원과 관련해서 한말씀 드리겠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한참 2014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깜짝 방문한 북한 고위층의 움직임에서 촉발된 남북 화해기류의 중요성을 설파한 후였다. 문 비대위원장은 “김현 의원은 세월호 유족의 아픔과 서러움을 치유하는데 온몸을 던진 분”이라며 “여대생 자녀를 둔 어머니로서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유족들 옆에서 늘 같이 서 있었다”라고 했다.
이어 문 비대위원장은 “그러나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당 소속 의원이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께 가슴 속 깊이 정중한 사과의 말씀을 올리고자 한다”라며 거듭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비판하는 야당은 억울하더라도 여당보다 더 엄격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문 비대위원장의 평소 지론이 반영된 것으로 파악된다.
김현 의원의 물의에 대한 사과와 별도로 이날 새정치연합의 비대위는 남북화해기류 촉구의 성토장이었다. 문 비대위원장은 지난 4일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한 북한 군·당·정부의 대표인 황병서 총정치국장, 최룡해 당비서, 김양건 대남총책 비서를 언급하며 “10·4 남북정상선언 7주년이 되는 날에 만남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크다”라고 했다. 이어 “남북관계 개선을 향해 강력한 신호탄을 쏘고 돌아갔다”라며 “북측이 이렇게 대담하게 나올 때는 우리가 통 크게 화답하는 것이 맞다. 남북관계를 가로막고 있는 빗장부터 풀어야 한다”라며 박근혜정부의 전향적 대북 정책을 촉구했다.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한 문재인 비대위원 역시 박근혜정부를 향해 “아궁이 불씨를 살려내야 한다”고 간곡히 조언했다. 문 비대위원은 “남북한 모두 어렵게 살아난 남북화해 분위기를 시골집 며느리가 아궁이 불씨를 극진히 살려냈듯 이어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나는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성공한 정부로 역사에 남기를 바란다”며 “통일대박의 꿈도 이루기를 바란다”라고 축원했다.
문 비대위원은 “그러려면 활발했던 민주정부(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 때의 수준으로 남북관계를 조속히 되돌리는 것이 급선무”라며 “(이명박 정부가 만든) 5·24 조치를 해제하고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 등 남북 간의 지난 합의를 상호존중하고 실천해 나가는 것부터 당장 시작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 비대위원은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근무한 경험을 작심한 듯 강조했다. 그는 “국가를 운영하면서 북한을 상대해 본 경험에 의하면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첩경은 역시 정상회담”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늦어도 내년 중에는 정상회담을 해야 임기 중에 남북관계에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에게 과거 민주정부 10년 동안 북한을 상대했던 대북관계 전문가들로부터 경험을 듣는 등 정파를 초월해서 지혜를 모아주기를 간곡히 조언드린다”라고 부탁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비대한 문희상 비대위원장의 통큰 사과 “김현 물의, 죄송”…상임위도 바꿔줘
입력 2014-10-06 1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