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바람같이 들렀다 떠난 북한 고위층을 보고 시인의 가슴은 설레였다. 한국시인협회장을 맡고 있는 문정희 시인은 6일 조선일보 1면에 기고한 글에서 “45억 아시아 사람이 지켜본 감동의 폐회식. 나란히 앉은 남북의 자리. 아니, 세계가 일제히 보도했던 희망을 화합의 대축제로 펼쳐 나가야한다”라며 “이 물결이 부러진 어머니의 허리를 촉촉이 적시어 줄 것만 같아 문득 전율이 온몸을 스쳐간다”라고 썼다.
문 시인은 기고문에서 “예전에 쓴 나의 졸시 ‘축구’를 떠올리며 이번 축구 대결이 만든 남과 북의 신화는 그대로 눈부신 서사시 한 편이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밝혔다. 문 시인이 자식처럼 잉태한 시 ‘축구’의 전문은 아래와 같다. 조선에 일부만 실려 아쉬움을 느낀 독자를 위해 옮긴다.
“언어가 아닌 것을
주고받으면서
이토록 치열할 수 있을까
침묵과 비명만이
극치의 힘이 되는
운동장 가득히 쓴 눈부신 시 한 편
90분 동안
이 지상에는 오직 발이라는
이상한 동물들이 살고 있음을 보았다”
문 시인은 이어 “서로 있는 힘을 다해 게임을 하고 쓰러지면 서로 일으켜 세우는 서사시 속에 메달은 무슨 색깔이든 한 상징일 뿐”이라고 했다. 인천아시안게임 명장면으로 시인은 축구에서의 남남북녀(南男北女)를 꼽았다. 그는 “남한이 우승한 남자 축구, 북한이 우승한 여자 축구의 결과도 보기가 좋았지만, 남북한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남북 선수들이 쓰러진 상대 선수를 일으켜 세워주는 장면에서는 진실로 뭉클한 감동을 맛보았다”라고 말했다.
문 시인은 “시인협회는 내후년 봄쯤 평양에서 남북 시인들이 함께 우리 모국어로 시낭송을 할 계획”이라며 “북에서 자란 소월과 백석, 남에서 자란 영랑과 미당과 목월의 절창을, 사랑과 평화의 시를 함께 읊자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가슴이 설레였다” 문정희 시인의 AG 폐막식 후기
입력 2014-10-06 1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