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6일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해 294명의 사망자를 낸 세월호 사고는 선사측의 무리한 증톤 및 과적, 조타수의 조타미숙 등이 직접적 원인이 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업무 태만, 해경의 총체적 부실대응 등이 인명 피해를 키웠다. 특히 수색구조과정에서 해경이 출항이 금지된 구난업체 언딘의 리베로호를 출항토록 하는 등 일부 특혜를 제공한 사실도 확인됐다.
대검찰청은 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전국 지방검찰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한 관련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로써 5개월 이상 숨가쁘게 진행된 전방위 수사가 일단락됐다.
검찰은 우선 세월호가 선사측의 무리한 증톤 및 과적으로 복원성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에서 조타수의 조타미숙으로 선체가 왼쪽으로 기울면서 복원성을 잃고 침몰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 전문가 자문단의 의견과 선박해양플랜트 연구소 및 서울대 선박해양성능고도화 연구사업단의 시뮬레이션 분석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타났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선박이나 암초 등과의 충돌설, 좌초설, 폭침설, 잠수함 충돌설, 국정원 개입설 등은 모두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세월호 사고 전후 해경의 총체적 부실대응이 인명 피해를 키운 것으로 판단했다. 진도 VTS 관제요원들은 규정대로 근무하지 않거나 마치 선박과 교신을 한 것처럼 교신일지를 허위로 작성해 비치하는가 하면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복무감시용 CCTV 파일을 삭제했다. 사고 직후 구조를 위해 출동한 해경 123정 역시 현장에서 승객 퇴선 유도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후 검찰 수사에 대비해 마치 퇴선방송을 하고 선내 진입을 시도한 것처럼 함정일지를 조작했다. 최상환 해경차장 등 해경 고위층은 개인적 친분관계에 따라 평소 언딘에 해상 선박사고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가 하면 출항이 금지된 언딘 소속 리베로호를 사고현장에 동원, 결과적으로 수색 및 구조에 혼선을 불렀다.
검찰은 세월호 사고 및 구조과정 등에 수사와 별개로 청해진해운 실소유주 비리에 대한 수사에 착수, 유병언(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이 세월호의 구조적 문제점을 인식했음에도 과적 운항을 묵인 내지 지시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유씨 일가가 계열사 및 교회 자금 약 1836억원을 불법 취득한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선박 수입, 검사, 안전점검, 운항 관련 면허 취득 등 해운업계 전반의 구조적 비리에 대한 수사에도 나서 한국해운조합과 한국선급 등 유관기관의 불법 행위를 적발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5개월 넘게 진행된 검찰 수사 결과 현재까지 모두 399명이 입건돼 이중 154명이 구속됐다.
검찰은 세월호 사고의 직접적 책임이 있는 선장 이준석(69·구속기소)씨와 선원, 청해진해운 임직원 및 실소유주 일가, 안전감독기관 관계자 등 113명을 입건해 61명을 구속했고, 사고 후 구조과정에서 위법행위가 드러난 최상환 해경청 차장과 123정 함장 등 17명을 입건해 5명을 구속했다.
해운업계 전반의 비리와 관련해서도 이인수(60·구속기소) 한국해운조합 전 이사장, 오공균(62·구속기소) 한국선급 전 회장 등 269명을 입건해 이중 88명을 구속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은석 대검찰청 형사부장은 수사결과를 발표한 자리에서 "향후 검찰은 관련 사건 공판과 유씨 일가 은닉재산 추적 및 환수, 추가로 제기되는 각종 의혹 등에 대해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책임자들이 죄에 상응하는 형의 선고를 받을 수 있도록 공소유지를 철저히 할 방침이다. 진행 중인 수사와 관련해서도 새롭게 범죄 사실이 드러날 경우 적극적으로 사법처리할 계획이다.
현재 유씨의 차남 혁기(42)씨와 측근 김필배(76) 전 문진미디어 대표는 현재 미국에서 도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사고 당시 미국에 체류하던 혁기씨는 미국을 벗어나 남미 등 제3국으로 도피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필배 전 대표는 지난 4월 세월호 사고 이후 금수원에서 열린 측근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일시 귀국했다가 다시 미국으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유씨 장녀 섬나(48)씨는 프랑스 수사 당국에 체포돼 국내 송환을 위한 재판을 받고 있다. 유씨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혜경(52·여) 한국제약 대표도 미국 현지에서 체포돼 이번 주중 국내로 송환될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수익 환수와 국가의 구상권 행사를 위한 책임재산 확보 작업과 관련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특별반을 구성해 유씨 일가가 신도 등의 명의로 차명소유해 온 예금, 부동산, 자동차, 주식 등 1157억원 규모의 재산을 5회에 걸쳐 동결하는 추징보전 조치를 취했다. 세월호 사고 수습 비용 등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하기 위해 유씨와 청해진해운 임직원 재산 1222억원 상당도 가압류했다.
그러나 정부가 세월호 참사 수습·보상 비용으로 추정하는 6000억원에 비하면 아직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마저도 추징보전 대상과 가압류 대상 재산이 상당부분 중복돼 현재 상황에서 실제 추징할 수 있는 금액은 2000억원이 채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씨 일가가 대부분 재산을 차명 소유하고 있어 실소유주를 확인 작업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남호철 기자 hcnam@kmib.co.kr
증톤·과적·조타미숙이 세월호 참사 원인…검찰 최종 수사결과
입력 2014-10-06 11:12 수정 2014-10-06 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