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도어록 믿었다가…포장끈 하나에 속수무책

입력 2014-10-06 10:12

아파트 출입문의 디지털 도어록이 포장용 노끈 하나에 속수무책으로 뚫렸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6일 아파트에 침입해 상습적으로 금품을 훔친 혐의(특가법상 절도)로 박모(37)씨와 이모(37)씨 등 3명을 구속했다.

박씨 등은 2011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부산시내 고급 아파트 출입문의 디지털 도어록을 해제하는 수법으로 침입해 모두 47차례 5억3000만원 상당의 귀금속 등을 훔친 혐의다.

이들이 디지털 도어록을 여는 데 사용한 도구는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선물포장용 노끈. 디지털 도어록 내부로 노끈을 밀어 넣은 뒤 개폐장치를 건드려 출입문을 손쉽게 열었다. 이들에게 첨단 디지털 도어록은 속수무책으로 열리는 철문에 불과했던 셈이다. 범행수법이 전문적이고 은밀해 고급 아파트 40여 곳이 털렸지만 이들이 검거될 때까지 피해 사실조차 모르는 가구가 많았다.

이들은 사전에 전화 단자함을 이용해 대포폰으로 전화를 걸어 빈집 여부를 확인하고 나서 범행을 저질렀다. 덧신과 장갑을 착용하고 주로 장롱 깊숙이 보관된 폐물 등 귀금속만 골라 훔쳐 나왔다.

경찰은 이들에게서 압수한 범행 노트에 부산시내 100여 곳의 아파트 현관문 비밀번호가 적혀 있는 것으로 미뤄 여죄가 많을 것으로 보고 계속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또 디지털 도어록 제조회사에 이 같은 범행 수법을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요청하기로 했다.

남호철 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