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칼럼]포항양포교회 김진동 목사, "나눔의 삶"

입력 2014-09-17 14:21

‘나눔의 삶’

쓰임새가 많아 유용한 나무라는 뜻을 가진 참나무는 하나의 나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참나무과 참나무속에 속하는 여러 ‘수종’(樹種)을 가리키는 명칭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참나무 종류만 해도 26종에 달한다고 하니 우리에겐 친근한 나무이기도 하지요.

참나무들은 잘 자라기 때문에 아주 울창하게 우거져서 보기에도 멋진 나무이기도 하지만, 또 그 안에 깃들어 사는 작은 곤충들과 열매를 먹고 사는 동물들이 참으로 좋아하는 나무이기도 합니다.

흔히 우린 도토리 열매가 열린다고 해서 도토리나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 참나무에 깃들어 사는 동·식물의 종류는 280여 가지가 넘는다고 합니다.

혹은 죽어 벌목이 되어서도 버섯을 키워내는 일등공신으로 쓰여 지는 참나무입니다.

이래저래 요긴한, 우리에겐 유익한 참나무는 놀라운 능력을 가진 나무이기도 합니다.

‘들농사가 넉넉할지 모자랄지는 들에서는 모르고 산에 가봐야 안다’는 어른들 말씀이 있습니다.

산에 갈나무며 상수리나무라는 이름들을 가진 참나무들은 묘하게도 가을에 흉년이 들 것 같으면 여름부터 열매를 잔뜩 맺고 있어서 일찍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왔던 우리의 조상들은 도토리 열매가 많이 열리는 것을 보면 ‘올해는 흉년이 지겠구나’고 미리 생각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산에 있는 참나무들이 들판을 내려다보면서 왠지 흉년이 들 것 같은 해는 일부러 꽃을 많이 피우고 열매를 잔뜩 맺는다는 것입니다.

말 못하고 돌아다니지도 못하는 나무들이 무엇을 알아 흉년과 풍년을 가리고, 풍년이 될 해에는 열매를 덜 맺고 흉년이 될 해에는 열매를 더 맺는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참나무는 산에서 들을 내려다보며 들판에 벼이삭이 자라는 냄새를 확인한다고 합니다.

그 벼이삭이 많고 좋은 해에는 자신들의 열매를 작게 맺게 하고, 벼이삭의 냄새로 흉년이 들겠다고 생각이 들면 자신들의 몸에 더 많은 열매들을 맺어 흉년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참나무 한그루는 뭇 목숨을 연명시켜 나가기 위해 자신을 그렇게 내어주고 있었던 것이랍니다.

흉년들어 어려움을 겪을 사람들이 안쓰러워 제 몸을 나누는 마음씀씀이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지요.

산속에 서 있는 나무 한 그루조차도 사람에게 유익을 주기 위해 자신을 몸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어 주는 것입니다.

온전한 나눔의 삶을 보며 우리는 도토리 열매가 열리는 나무를 참나무라 부르는 것은 아닐까요.

세계 10대 경제부국의 선진국을 향해 성장해가는 우리나라는 과거 전쟁으로 인해 숲이 우거진 산은 민둥산이 되어버렸고 들이나 산이나 헐벗기는 마찬가지인 그때가 있었습니다.

국민들 대다수 하루 세끼 끼니걱정으로 소일을 했고, 먹을거리라고 보이는 것은 산이든 들이든 어디를 다녀서라도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먹었던 그때가 있었습니다.

굶주린 사람들은 망치나 도끼로 도토리나무를 때려 떨어진 도토리로 허기를 달래고 살았는데 해마다 도토리나무는 수난을 당해야만 했습니다.

사람들은 도토리나무의 상처를 낸 곳에 다음 해에도 그 다음 해에도 그 자리를 때렸기 때문이랍니다. 흔히 산속에 나무가 기형적으로 푹 파여 있거나 혹은 배가 불러 나온 나무들은 그 아픔의 상처를 갖고 있는 나무들이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참나무의 그 아픔의 역사와 함께 우리의 아픔과 배고픔의 굶주린 시간들이 있었음도 기억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넉넉하지 못했던 그 시절, 우린 주님을 기억하고 기도하며 달려 왔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넉넉함과 부요함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중 나는 새가 농사하지 않아도 창고에 모아들인 것 없어도 세상 주관하는 주님께서 먹이신다 하셨습니다. 솔로몬의 모든 영광으로도 입은 것이 들에 핀 백합화 이 꽃 하나만 같지 못하였다고 말씀하십니다.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지는 들풀도 하나님이 이렇게 입히시거든 하물며 너희일까 보냐 믿음이 작은 자들아’ 마태복음 6장 말씀입니다.

한낱 미물인 참나무 한 그루 조차도 인간에게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살게 하신 하나님의 섭리를 새삼 깨닫습니다.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사랑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아둔해서인지 우리가 얼마나 많은 사랑 안에서 보호 안에서 살아가는지를 아주 많이 망각한 채 살아갑니다.

주어진 것에 내 것인 양 누리고 살아들 갑니다. 주님께선 분명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선한 청지기의 삶을 살라고...

우리 것이 아니고 내 것이 아니라 주님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것을 깨닫고 참나무처럼 나만이 아닌 이웃을 위해 진정한 나눔의 삶을 살 수 있는 우리 성도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참담했던 전쟁 후 우리의 비극적인 모습을 세계 16개국을 통해 한국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주셨고 5개국을 통해서 의료지원을 하게 해주신 주님.

전쟁 후 57개국을 통해서 “쓰레기 무더기 속에 장미꽃”이라고 표현될 만큼 어려웠던 우리나라를 도와준 주님 이런 주님의 은혜 속에 오늘의 풍요의 복을 주신 주님을 기억하며 오늘도 참나무 한그루의 모습에 부끄러워진 내 모습이 온전히 비쳐질 수 있길 바래봅니다.

풍요의 계절 가을을 맞이합니다. 우리의 풍요를 참나무처럼 가족들에게 이웃에게 많이 나눌 수 있는 시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누는 사람은 부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