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손 "나는 웃긴사람…우리집 닭때문에 한국방문은 글쎄"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작가 요나손 인터뷰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은 요즘 가장 '핫한' 작가 중 한 명이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등 단 두 권의 소설로 일약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로 떠올랐고, 국내에서도 두 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요나손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올여름 국내 베스트셀러 1위를 수 주째 지켰던 첫 번째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지만, 그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기상천외한 상황 전개와 유머로 독자들을 사로잡은 요나손을 최근 이메일로 만났다.
작가의 답변은 자신의 작품만큼이나 유머가 넘치고 유쾌했다. "꽤나 유머러스하다"고 자신을 소개한 작가는 한국 방문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내가 없으면 우리 닭들은 누가 챙기나?"라며 익살스럽게 답했다.
다음은 작가와 나눈 일문일답.
-- 한국 독자들이 이렇게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우선 한국 독자들이 내 책을 사랑해 주는 데 감사한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다. 내 소설이 다른 언어로 번역된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내가 걱정했던 것은 다른 나라의 독자들이 내 책의 유머를 이해할 수 있을지 하는 문제였다. 다행히 한국 독자들이 내 유머를 잘 이해한 것 같다. 여러 나라에서 사랑을 받은 것을 보면, 내 책은 스웨덴식 유머지만 프랑스식 유머이기도 하고, 독일식이기도, 에스파냐식이기도… 그리고 한국식 유머이기도 한 것 같다.
-- 작품을 읽다 보면 기상천외한 상황 전개와 유머로 요절복통하게 된다. 이런 기발한 착상과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는지 궁금하다.
▲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제목을 먼저 써두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딱히 처음부터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냥 이야기를 쓰면서 등장인물들과 친해졌고, 나는 그들이 행동하는 것을 그대로 적었을 뿐이다. 그들은 작품 속에서 살아 움직인다. 나는 내 주변 어디서나 아이디어를 얻는다.
-- 또 역사적 실존 인물이나 실제 벌어진 일을 배경으로 작가적 상상력을 입힌 주인공들이 등장하는데 허구와 진실의 경계가 무엇인지.
▲ 내가 첫 번째 소설을 쓰는 데 그토록 오래 걸린 이유 중 하나는, 확신이 서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다. 아시다시피 책의 상당 부분이 실존했던 대통령과 왕들의 이야기이다. 예를 들자면 처칠이 생각하는 방식에 다가가는 식의 것들은 20년 전이라면 내가 감히 하지 못했을 것들이다. 스스로도 "이렇게 써도 되나" 싶은 때가 있었지만, 이미 써버린 뒤였다.
-- 실제 웃기는 사람인지, 아니면 과묵한지 성격이 궁금하다.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유머의 원천은 무엇인가.
▲ 나 스스로는 꽤나 유머러스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다른 사람들한테 맡겨야겠지.
-- 대학 졸업 후 15년간 기자로 일한 뒤 OTW라는 미디어 회사를 세워 성공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는데 왜 돌연 업계를 떠나 작가의 길을 선택하셨는지 궁금하다.
▲ 나는 기자로도 꽤 오래 일했고, 2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몇 년 만에 직원이 100명까지 늘었다. 회사는 정말 빠르게, 너무 빠르게 성장했고 나는 병을 얻었다. 그 시절 얘기를 좀 더 하자면, 우선, 나는 등에 큰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다. 정말 끔찍한 시기였다. 나는 스트레스 때문에 죽을 뻔했다. 그래서 일을 그만뒀다. 의사는 내가 회복하려면 몇 개월이 걸릴 거라고 했지만 사실 몇 년이 걸렸다. 항우울제를 먹어도 기운이 없었다. 삶을 좀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보다 조용한 삶이 필요했고, 회사를 팔아 치운 뒤 스위스로 가 치료의 일환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 현재 스웨덴의 섬 고틀랜드에 정착해 7살 아들과 닭을 키우며 살고 있는데 현재의 삶에 만족하시는지, 작가적 성공은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 확실히 만족한다. 고틀랜드는 정말 살기 좋다. 아빠이자 작가로서 사는 것은 내가 상상해 온 최고의 삶이다. 나는 예전부터 명성이 없어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책 덕분에 유명해진 지금도 그 생각은 같다.
-- 닭을 기르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닭 이외에 다른 동물도 키우시는지 궁금하다.
▲ 이곳(고틀랜드)에 처음 왔을 때 닭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놈들은 대단하다! 나에게 정말로 힘을 준다. 닭들은 먹이, 마실 것, 보살핌을 필요로 한다. 아침이면 나는 닭장 문을 열고 닭들을 내보내고, 저녁이 되면 다시 들여 보낸다. 놈들은 아주 영리한 대신 슬프게도 기억력이 몇 초 안 된다. 어떤 병아리들은 닭장 속 부화기에서 기르고, 어떤 병아리들은 자유롭게 풀어준다. 먹을 게 없으면 그놈들은 부엌에 들어와서 먹을 걸 달라고 삐약거린다. 큰 닭 몇 마리, 중닭들과 많은 병아리가 있는데, 다 이름을 지어 줬다. 또 몇몇은 내 침대에서 자기도 한다. 몸집이 아주 작으니 똥을 싸든 오줌을 싸든 해봤자 거기서 거기다. 나는 그 녀석들을 늘 갓난아기처럼 옆에 둔다. 혹시라도 깔아뭉갤까 봐 한쪽 눈을 늘 뜨고 자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닭 이외에도 '몰로토프'라는 이름의 고양이도 있다.
--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는지.
▲ 글쎄,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 그냥 독자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 한국을 방문해 한국 독자들과 만날 계획은 없는지, 또 한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쓸 생각은 없는지도 궁금하다.
▲ 여러 번 초대를 받긴 했는데, 지금은 집에 있고 싶다. 내가 없으면 우리 닭들은 누가 챙기나? 한국에 대한 소설을 쓰려면 좀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yunzhen@yna.co.kr
유머로 세계를 제패 ‘…100세 노인’의 기자출신 작가 요나손의 닭장과 함께하는 삶
입력 2014-09-17 1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