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일궈낸 ‘외인구단’ 고양 원더스 해체

입력 2014-09-11 10:59
사진= 김성근 고양원더스 감독. 국민일보DB

숱한 화제를 뿌렸던 한국야구 최초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가 3년 만에 역사속을 사라진다.

11일 하송 원더스 단장은 선수단과의 미팅을 통해 구단해체를 통보했다.

하 단장은 이 자리에서 "야구단을 더는 운영할 수 없게 됐다”며 “3년 동안 열심히 뛰어준 감독님과 선수들에게 정말 죄송한 마음뿐이다"라고 말했다.

김성근(72) 감독은 "작별의 시간이 너무 빨리 왔다"며 "야구인으로서 선수들이 기회를 일찍 놓치는 것 같아 정말 아쉽고 미안하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이어 "코치들이 11월까지 경기장에 나와 함께 훈련할 것이다. 나도 선수들이 새로운 길을 찾을 때까지 노력하겠다"며 "이제 나와 너희들은 감독과 선수가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날 수 있다. 언제든 내게 연락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원더스 구단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11월말까지 월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한 코칭스태프가 프로야구 구단의 테스트를 치를 선수들의 훈련을 돕겠다는 의사를 밝혀와, 구단은 훈련 장소를 제공하고 훈련비도 지원할 계획이다.

매년 사비 30억원 이상을 투자한 허민(38) 구단주와 야신 김 감독의 절묘한 조합으로 뭉쳐진 고양 원더스 구단은 놀라운 변신을 거듭한 팀이었다.

원더스는 짧은 순간 프로구단에 지명받지 못하거나 방출당한 선수들의 집합소라는 오명을 벗고 올 시즌까지 퓨처스(2군)리그에서 번외경기를 펼치며 지난해 27승 6무 15패, 0.643의 승률을 기록했고 교류전을 90경기로 확대한 올해에는 43승 12무 25패(10경기는 우천취소), 승률 0.632를 거뒀다.

원더스는 프로구단에 선수를 입단시키는 기적도 일궈냈다.

2012년 7월 투수 이희성이 LG 트윈스에 입단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7월 KT 위즈와 계약한 외야수 김진곤까지 22명이 프로에 입단했다.

황목치승(LG)과 안태영(넥센 히어로즈), 송주호(한화 이글스)처럼 프로 1군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도 나왔다.

8월 열린 프로야구 2015 신인 2차 지명회의에서는 포수 정규식이 처음으로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에 입성(LG에 2차 4라운드 지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매년 경기를 시작할때마다 경기 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미래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은 현실이 됐고, 결국엔 해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졌다.

신태철 기자 tc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