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0일 쉬는 날 맞나?…올 추석 첫 대체휴일 '혼선'

입력 2014-08-24 17:03
대체휴일이라고 표시된 휴대전화 캘린더.

올 추석에 첫 시행되는 대체 휴일을 앞두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한 미국계 정보기술(IT) 기업 인사부서에는 지난달 초부터 직원들의 ‘대체 휴일’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추석 연휴와 이어진 9월 10일이 대체 휴일로 운영되는지를 묻기 위해서다. 회사가 대체 휴일을 적용한다면 추석에 연차를 내지 않아도 되는 만큼 여름휴가 등 다른 때 사용할 수 있는 휴가가 늘기 때문이다.

인사부서는 “주요 고객인 공공기관들이 모두 쉬는 이상 우리도 쉬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해 최근 경영진의 승인을 받아 휴일로 확정, 사내에 공지했다.

24일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오는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인 다음 달 10일은 지난해 대체휴일제 도입 후 실제 시행되는 첫 대체 휴일이다.

그러나 제도가 아직 낯선 데다 달력에는 ‘검은 날’ 표시된 게 많아 대체휴일제 시행 사실 자체를 모르는 직장인과 자영업자가 적지 않다.

대체휴일제는 지난해 11월 시행된 새 ‘관공서의 휴일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으로 도입됐다.

이에 따라 설·추석 연휴가 공휴일과 겹치거나 어린이날이 토요일 또는 공휴일과 겹치면 그다음 첫 번째 평일이 공휴일로 지정된다.

올해 추석은 하루 전인 9월7일이 일요일이어서 당초 연휴 마지막 날인 화요일(9월9일)의 다음날인 9월10일이 대체 휴일로 지정됐다.

달력에는 9월10일에 ‘대체 휴일’이라는 문구와 함께 ‘빨간 날’로 표시된다.

그러나 새 대통령령 시행 이전에 제작된 달력에는 이 날이 아무런 표시 없이 평일로 돼 있고, 인쇄 달력이 아닌 휴대전화 달력조차 모델이나 설정에 따라 평일로 표시된 경우가 많다.

또 세월호 참사 이후 장기간 지속된 추모와 경기침체 등으로 예년과 같은 연휴·휴가 분위기가 나지 않아 한동안 대체휴일제가 거론되지 않은 탓에 대부분 이를 기억조차 못한다.

이러다 보니 이번 추석에 대체휴일제가 적용되는 사실 자체를 모르거나 시행 여부에 반신반의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게다가 대체휴일제의 근거 법령은 엄밀히 말해 관공서의 휴일을 규정한 것일 뿐, 민간기업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의무사항은 아니다.

민간기업은 관공서 휴일을 참고해 노사협의를 거쳐 휴일을 정해야 하는 셈이다.

공기업과 대기업은 대체휴일제를 적용해 10일에 대체로 쉬지만 기업의 사정이나 노사협의에 따라 쉬지 않을 수도 있다.

대체휴일제를 따르는 대기업에 다니는 근로자들과 달리 경영이 어려워 하루를 더 쉬기가 어려운 영세 사업장의 근로자들은 상대적으로 불만이다. 지난해 대체휴일제 도입 논의 당시 중소기업계는 반대 입장을 냈다. 또 쉬지 않는다고 해도 강제할 수는 없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