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 월림공단 내 상가건물의 구석진 곳에서 주일이면 어김없이 찬양이 퍼지고 예배소리가 들린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소망교회’라는 간판이 아니면 이 곳에 교회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곳이다.
노숙자와 알콜중독자, 극빈자 등을 대상으로 이곳에서 특수사역을 하고 있는 김형기(실로암한의원 원장) 전도사는 서울대 항공과를 졸업 후 10여년간의 사회생활을 건강문제로 접을 수밖에 없었다. 늦은 나이에 한의대 입시관문을 통과한 후 ‘새로 출발한 인생인데 어떻게 하나님의 은혜에 보답하며 값있게 살까?’ 생각하다가 어려운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하기로 작정했다. 막연한 목표였지만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동역자 박춘영 전도사를 만나게 됐다. 큰 아들이 고등학교 때 수능을 앞두고 결핵과 골수염을 동시에 앓게 되었는데 간이 나빠서 약을 쓸 수 없다는 진단을 받고 수년간을 철야하면서 눈물로 기도하는 가운데 이 사역에 대한 사명이 있는 것을 깨닫고 하나님께 서원하고 기도하는 중이었다.
1999년 개원한 후 어려운 자들이 오면 함께 기도하고 복음을 전했는데 점점 많은 사람이 오게 되어 한의원에서 한 달에 두 번 집회를 가지면서 간식제공, 찬양, 간단한 설교 후에 준비한 교회출석확인서를 나누어 드리고 가까운 교회에 꼭 출석하도록 권했다.
몇 명으로 시작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80여명으로 늘어나 앉을 자리가 모자랐다. 뿐만 아니라 소문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주변 상가에서 항의하는 일이 잦아졌다. 더 계속하기 어렵게 됐다. 교회를 설립하면 다시 찾아오도록 부탁하고 2년 반 정도 지속한 집회를 접었다. 그 후에는 주일 오후에 가정이나 마산역과 공원 등으로 심방하며 권면하는 사역으로 바꾸고, 입원한 분이나 교도소에 있는 분들을 면회하기도 했다.
복음이 없는 이들의 삶은 비참했다. 주로 마산역과 시외버스주차장 부근에서 노숙하는 분들이었는데 형편이 되는대로 한 사람씩 방을 얻어드리기도 하고 쌀, 반찬, 옷가지 등을 제공하기도 했다. 어떤 분은 노숙하다가 근처에 방을 구했는데 방 안팎을 쓰레기장처럼 만들어 놓고 방세도 오래 내지 못하니까 주인이 아예 대문을 옮겨 달아 못 들어가게 만들었다고 했다. 어떤 분은 방세를 아예 못 내서 살던 동네에서 쫓겨나 여기저기 남의 방에 붙어사는데, 잠시 나온 사이에 방문을 걸어 잠그고 열어주지를 않아 이 분이 돌로 유리창을 깨고 자기 손으로 문을 따고 들어가 억지로 붙어살고 있었다. 겨울이 되면 노숙인이 많이 모이는 공원에 김밥과 오뎅국을 가지고 가서 전도하였는데, 알코올중독자들이 동사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빨리 교회를 설립할 필요성을 느꼈다.
아직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였는데 박 전도사 등의 도움으로 2003년 11월에 교회를 설립했다. 설립 초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술이 취해도 시간에 맞춰 차를 기다리는 사람, 차 시간을 잊거나 술이 덜 깨서 집이나 공원에 데리러 가야 오는 사람, 교회 오는 차 안에서 싸우는 사람, 술이 덜 깨서 차에서 내리다가 쓰러지는 사람, 쓰러진 사람을 부축해서 데려오는 고마운 사람들도 있었다. 겨우 교회에 들어오면 교회 안에도 술 냄새가 진동해서 찬양이나 예배 드리기도 쉽지 않았다. 예배 중 옆 사람의 따귀를 후려치고 일어나 권투자세를 취하는 사람, 기침소리가 시끄럽다고 욕하다가 슬리퍼를 집어 던지고 멱살잡이 하는 사람, 찬양에 맞춰 율동하다가 옆 사람과 탱고 춤을 추는 사람, 주일 예배 후 점심을 먹고 수퍼에서 소주를 사서 교회 앞 골목 입구에 빙 둘러 앉아 한 모금씩 나누어 마시는 사람 등 각종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전도한다고 주일아침에 새 신자를 불러 식사를 대접하다가 사소한 일에 싸움이 붙었는데, 분이 덜 풀렸는지 예배 도중에 들어오는 새 신자를 교회 문앞에서 목을 조르고 뒹구는 일도 있었다. 식당에서 술을 주지 않는다고 행패를 부리다가 교회로 달려와서 흉기를 찾다가 없으니까 뒷주머니에 젓가락을 숨기고 “눈 뽑으러 간다”면서 나가는 사람을 붙들어 달래는 일도 있었다.
하나님께서 찬양과 율동으로 그들 마음속의 응어리를 풀어주시고, 성경필사 또는 성경암송을 통해 말씀으로 그들의 심령을 녹여주셨다. 김 전도사는 몇몇 성도에게 기타치는 법을 가르쳐서 찬양을 부르게 하고, 영어성경, 사자성어, 천자문 등을 가르치면서 술과 세상의 죄를 멀리하도록 힘썼다. 노숙했던 성도들은 건강이 좋지 않아 15년 사역하는 동안 60~70명 정도가 돌아가셨는데, 가족이 있어도 찾아오지 않거나 빈소를 차릴 곳이 없어서 안치실에서 예배를 드릴 때도 많았다. 하나님께서 이 분들을 불쌍히 여기셔서 소망교회를 통하여 세례를 받게 하시고 천국으로 인도해 주신 것을 알게 되었다.
주님께서 성도들을 많이 변화시켜 주셔서 은혜를 받은 성도들이 교회에 올 때 또는 심방 중이나 길에서 만났을 때 감추고 있던 흉기를 회개하는 편지와 함께 내놓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주님께서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셔서 나쁜 일을 미리 막으셨던 것임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예배시간에 술을 마시고 오는 사람도 거의 없고, 뜨겁게 찬양하고 말씀에 귀 기울이며 목청 높여 기도하는 모습 등 믿음으로 살려고 애쓰는 성도의 자세가 여느 교회 못지 않다. 가정으로 돌아가는 성도, 직장을 구해서 일하는 성도, 특히 눈물의 회심 이후에 헛되이 보낸 인생을 후회하며 어려운 이들의 영혼 구원을 사명으로 여기고 자신의 방에 노숙인을 재우면서 전도에 힘쓰는 성도도 생겨났다. 적은 숫자지만 찬양대를 구성하여 예배찬양을 드리고 있으며, 성탄절에는 성시낭독, 특송, 성극 등을 같이 드리고 있다. 올해는 구역장을 세우고 훈련하여 앞으로 구역예배를 드릴 준비를 하고 있다. 성도들이 변화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
김형기 원장은 “병든 성도들과 은퇴하신 목사님들을 위해 무료로 한약을 지어드리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많은 난치병을 고쳐주셨고, 특히 불임치료를 받은 분들은 대부분 임신하게 해 주셔서 감사한다”며 “결혼 후 만4년 이상 자녀가 없는 목사님 부부 20쌍에게 불임치료약을 무료로 지어드리려고 한다”는 뜻을 밝혔다. 치료를 원하는 목회자들은 이달 말까지 신청하면 된다.
창원=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
창원 소망교회 김형기 전도사,불임 목사 부부 20쌍 무료 치료
입력 2014-08-20 14:25 수정 2014-08-20 1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