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폭력 근절, 군종이 대안이다(상)] "전임 군종 있었더라면…윤일병 아픔 알았을텐데"

입력 2014-08-06 17:33
“너무나 마음이 아픕니다. 모두를 위해서 기도하고 있습니다.”

전화기 너머 전해지는 김모 목사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민간인 교회 부목사인 그는 현재 경기도 연천 28사단 포병연대 안에 있는 A교회의 담임도 맡고 있다. 이곳은 지난 3월 초 생전의 윤 일병이 자대배치를 받은 뒤 주일예배를 드리러 가고 싶어 했던 바로 그 교회다.

김 목사는 6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저도 너무 힘들다. 미안하다”라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이번 사건으로 해당 부대장과 육군참모총장까지 옷을 벗은 상황에서 자칫 부대에 피해를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윤 일병이 교회에 올 수조차 없었던 상황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그의 마음은 십분 전해졌다.

전·현직 군목은 물론이고 군인교회를 맡고 있는 민간인 출신의 목회자들(군선교사)도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알려진 윤 일병이 최소한 종교활동은 할 수 있어야 했다고 입을 모았다. 교회 출석이 직접적인 문제 해결방안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폐쇄적 공간에서 생활하는 병사들이 자신의 절박한 상황을 외부에 알릴 수 있는 최소한의 통로는 확보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올해로 18년째 군목으로 활동 중인 한국군종목사단 소속 이모 목사는 “어느 부대든 사병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돌봄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이는 어떤 조직에서나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하지만 부대원이 아닌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통로만 확보됐더라도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교회를 통해 병영 내 따돌림 문제를 해결한 사례도 있다. 강원도 화천의 한 육군 야전부대로 배치 받은 K이병(현재 일병)은 무릎관절 통증이 재발해 ‘왕따’를 당했다. 행군할 때는 동료들이 그의 군장을 들어줘야 했고, 각종 작업에서도 열외가 되자, “너 같은 놈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들었다. 부대 생활이 점점 힘들어지는 가운데 그는 주일 부대 내 군인교회에 예배를 드리러 갔다가 엄모 목사를 만나 상담을 요청했다. 엄 목사는 “상담을 마친 뒤 K이병과 같은 중대에 소속된 신학생 출신의 군종병을 K이병의 멘토로 삼아 돕도록 했다”면서 “3자간 수시로 소통이 이뤄지면서 K이병은 병영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효과를 거두려면 일단 교회 출석 등 최소한의 종교활동, 또는 군종 등의 지속적인 돌봄이 보장돼야 한다는 게 군 사역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윤 일병 소속 부대의 경우, 연대급이지만 전임 군종 목사가 없는 곳이다. 그래서 민간인 교회의 부목사인 김 목사가 담임을 겸하고 있다.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 등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군종 장교는 사단 산하 4개 연대 가운데 2곳 정도에 1명씩 배치된다. 다른 한곳은 타종교(불교 등) 군종 장교가 있고, 나머지는 없거나 민간인 사역자가 활동한다. 군종들이 제대로 사역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는지부터 점검이 시급한 상황이다.

박재찬 이사야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