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은 “아이가 삶을 배워가는 존재라면, 어른은 죽음을 배워가는 존재”라고 말했다. ‘히말라야 환상방황’에서 이 말을 소개한 작가 정유정은 “우리는 죽을 때까지 아이인 동시에 어른인 셈”이라며 “삶을 배우면서 죽음을 체득해가는 존재”라고 풀었다.
원조 아이돌 유채영이 24일 위암으로 사망했다. 1994년 19살이란 조금 늦은 나이에 원조 아이돌 혼성그룹 쿨의 홍일점으로 데뷔해 망가지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그녀. 향년 41세다. 아이돌의 죽음으로 우리는 죽음을 체득해 볼 기회를 얻는다.
유채영의 가족들은 “유채영씨가 지난해 10월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아 같은 달 서울 신촌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서 투병했으나 끝내 저세상으로 떠났다”라고 발표했다. 가족들은 “지난 20일 상태가 갑자기 악화됐다”라며 “남편과 가족, 배우 김현주, 방송인 박미선, 송은이씨가 임종 때 그녀의 곁을 지켰다”고 했다. 이어 “아쉽게도 유언은 없었다”라며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고인의 생전 밝았던 모습을 오래 기억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기사는 독자들과 함께 유채영의 생전 밝았던 모습을 기억하기 위해 쓰는 것이다. 유채영은 1994년 쿨로 데뷔했다가 혼성듀오 어스를 거쳐 1998년 솔로로 독립했다. 이모션을 불렀다. 길게 늘어트린 생머리에 양쪽 팔을 꺾으며 괴기스런 표정을 지었다.
유채영은 싱어보다 연기자로 더 빛났다. 대학 캠퍼스의 넘치는 힘과 연애를 보여준 영화 색즉시공2에서 펼친 연기는 웃기면서도 매력있었다.
2008년 9월 유채영은 결혼한다. 방송에서 자신의 피앙새 김주환씨에 대한 프로포즈를 보여줬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도 모든 걸 보여줘야 하는 것은 연예인의 숙명이다.
방송에서 유채영은 “결혼 전 잊지 못할 프로포즈를 해주고 싶다”라며 발레리나로 변신했다. 남편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속삭였다. 남편은 유채영을 일으키고 눈물을 닦아준 뒤 입을 맞췄다.
유채영은 위암 수술 후에도 마이크를 놓치 않았다. 지난 2월까지 라디오를 진행했다. 목소리는 여전히 밝았으며, 팬들은 그가 사망하기 사흘 전에야 위암 투병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유채영은 자녀를 두지 않아 유족으로는 남편 김주환씨가 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원조 아이돌에게서 배우는 죽음…유채영 가족 “밝은모습 오래 기억해주세요”
입력 2014-07-24 1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