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접전 끝에 정치 신인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후보가 당선된 인도네시아 대선이 후폭풍에 휩싸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상대 후보인 대인도네시아운동당(그린드라당) 프라보워 수비안토 총재가 23일 선거 결과에 불복해 조코위 후보 측을 부정선거 혐의로 헌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프라보워 후보가 제소하면 인도네시아는 또다시 한 달 가량 정치적 불확실성을 겪어야 한다. 프라보워 후보는 오는 25일까지 헌재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며, 헌재는 다음 달 24일까지 이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지난 9일 대선 투표를 실시한 직후부터 그의 선거 불복과 헌재 제소는 일찌감치 예상돼왔다. 독재자 고(故) 수하르토 대통령의 전 사위로, 군 장성 및 부유한 기업가 출신인 그는 이번에 세 번째 대권에 도전하면서 오래전부터 출마 준비를 해왔다.
프라보워 후보는 투표 직후 정확도가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투표 표본조사 결과 자신이 조코위 후보에 패한 것으로 예측되자 부정 선거를 주장하며 선거 불복 의사를 표명했다.
그가 헌재에 제소하지 않더라도 그의 지지자들이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시위나 소요 사태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프라보워 진영은 개표 결과 발표 당일이었던 지난 22일 선거관리위원회 건물을 경비를 빙자해 에워싸겠다고 위협했으며, 선관위 인근에서 수백 명이 평화적이긴 했으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이 때문에 치안 당국은 경찰과 군인 수천명에게 경계 태세를 갖추도록 지시하고, 조코위 당선인은 지지자들에게 거리에 나가지 말 것을 호소했다.
23일까지 큰 시위나 폭력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자카르타 시내도 평온을 유지하고 있으나 당국은 소요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은 리더십 이양이 평화롭게 이루어져야 한다며 두 진영에 선거 결과 승복을 촉구하고 지지자들에게는 시위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
조코위 후보의 당선으로 정치권도 이합집산과 물밑 거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조코위 당선인의 소속당은 투쟁민주당(PDIP)으로, PDIP는 지난 4월 총선 후 소수 대선 연합을 구성했다. PDIP 연합은 총 560석의 하원 의석 중 207석을 차지하고 있으며, 프라보워 후보가 이끄는 그린드라당 연합은 연내 353석을 확보하고 있다. 원내 소수 연정을 구성하게 된 조코위 후보는 원내 다수 의석을 차지하기 위해 연정을 확대해야 한다.
PDIP는 그린드라 연합에 합류한 골카르당의 일부 의원을 빼내오기 위해, 프라보워 후보는 그린드라 연합을 지키기 위해 치열한 물밑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코위 당선인은 당내 반발과 도전에도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쟁민주당은 인도네시아의 국부 수카르노 전 대통령의 딸인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대통령이 이끄는 원내 제1당이다. 메가와티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 자신이 출마해 승리할 가능성이 희박하자 조코위를 후보로 내세워 대선에 승리했다.
그러나 투쟁민주당 안에는 메가와티 여사의 딸인 푸안 마하라니(40)를 중심으로 정치적 무명에 가깝던 조코위 당선인에게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다.
정치 관측통들은 조코위가 부패 척결, 개혁, 친서민 정책 등 공약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당내 지지 확보와 입지 강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방콕=연합뉴스) 현경숙 특파원 =ksh@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인니 대선 후폭풍…조코위 부정선거 혐의 휘말려…경쟁후보,'불복선언'
입력 2014-07-24 0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