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축구 천재’ 리오넬 메시(FC 바로셀로나)가 늦은 밤 혼자 호텔 발코니에 외롭게 서 있는 사진이 화제다. 지난 16일(한국시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1차전을 앞두고 부담감에 잠 못 이루는 메시의 모습이 파파라치들에게 찍힌 것.
아르헨티나 언론들은 “메시가 막중한 책임감에 잠을 못 이루고 있다. 천하의 메시도 막대한 관심에 따른 긴장감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은 듯 하다”고 보도했다. 세계에서 가장 축구를 잘 하는 남자로 유명한 메시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메시는 22일(한국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주경기장에서 열린 조별리그 2차전 이란과의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그림 같은 골로 1-0 팀의 승리를 이끌며 조국 아르헨티나를 16강에 안착시켰다. 보스니아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며 팀의 주장으로서나 또 세계 최고 선수로서나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한 것이다.
알레한드로 사베야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메시가 마술 램프를 문질렀고, 우리는 이겼다”며 “골키퍼가 2명이라도 (메시의 골을) 막지 못했을 것”이라고 극찬을 쏟아냈다. 사베야 감독은 또 “모든 선수가 승리에 이바지했지만, 우리에게는 메시라 불리는 천재가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아르헨티나 사람이다”고 했다.
세계에서 가장 축구를 잘 하는 남자로 불리는 메시가 골을 넣은 것이야 어찌보면 당연한 것인데 뭘 이렇게까지 호들갑을 떨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동안 메시가 고국으로부터 받았던 ‘푸대접’을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메시였지만 그는 유난히 ‘고국의 팬’들로부터 사랑받지 못했다. 2010년 일본 NHK는 월드컵 다큐멘터리 ‘리오넬 메시, 황금의 발로 빛나라’편에서 이 문제를 집중 분석한 바 있다. 당시 아르헨티나 언론에선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있으면 세계 최고인데 대표팀 안에선 혼자만 의욕이 없다”며 당시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부진을 모두 메시 탓으로 돌렸다. 심지어 “메시는 국가를 부르지 않는다”는 식의 비난과 쓴소리도 나왔다.
팬들도 메시에게 냉담하긴 마찬가지였다. 아르헨티나의 택시기사는 그를 마라도나와 비교해 이렇게 설명했다. “메시는 마라도나보다 절대로 위대할 수 없다. 마라도나는 모든 아르헨티나인들의 마음 속에 있기 때문이다. 모든 아르헨티나인들이 마라도나와 함께 울었지만, 메시와 함께 울어본 적은 없다.”
아르헨티나의 축구 전문 기자 안토니오 세르바는 메시가 13세 때부터 스페인으로 옮겨 활동하는 바람에 고국에 오랫동안 그를 지켜보며 응원한 팬이 없어 메시가 누구로부터도 옹호 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르헨티나에선 치료를 위해 고국을 떠난 메시를 향해 “아르헨티나를 버린 놈”이라는 비판도 많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사베야 감독을 비롯해 동료 선수 가브리엘 에인세 등 전문가들은 메시를 최고의 선수로 인정하며 이런 세간의 평가를 안타까워했다. 에인세는 당시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나는 나중에 언론이 메시를 찬양할 거라는 생각을 하면 웃음이 나온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메시 자신은 어땠을까. 메시는 다큐멘터리 제작진에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조국에서만 비판받고 중상당하는 것이다. 그것이 플레이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그 또한 축구의 일부다. 결국 나 스스로 상황을 바꿀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시간은 흘러 메시에 대한 평가는 많이 좋아졌다. 그럼에도 세 번째 월드컵에 주장으로 출전하는 메시 본인의 부담은 매우 컸던 것으로 보인다. 보스니아와의 첫 경기를 앞두고 아르헨티나 언론에 공개된 한 장의 사진이 그의 심리 상태를 잘 보여준다. 아르헨티나 언론들은 이 사진과 함께 “메시가 막중한 책임감에 잠을 못 이루고 있다”고 앞 다퉈 보도했다.
하지만 메시는 보스니아 전에 이어 이란 전에서도 기가 막힌 골을 선보이며 그의 명성과 존재감을 입증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1골,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무득점을 보였던 것과 완전히 달라진 면모를 선보인 것이다.
앞으로 남은 월드컵 경기에서 메시는 어떤 활약을 보여줄까. 그동안 조국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했던 오랜 설움과 아픔을 이번 월드컵을 통해 씻어낼지 주목된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축구 천재' 메시에게 이런 사연이…한밤 발코니 서성이는 사진 뭉클
입력 2014-06-22 16:21